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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딕라쿤 Nov 13. 2024

쿠킹 명상

[ 서론 ] 관계하기 


사랑스러운 우리의 쌀독




한국인에게 '밥(meal)'은 단순한 식사 그 이상의 큰 의미를 갖는다.


국어학자이자 소설가인 이어령 선생님은 한 티비 프로그램에서 한국인에게 '밥 먹었어요?'라는 말은 단순히 식사 여부를 묻는 것이 아니라 '당신, 잘 지내고 있나요?', '평안하십니까'의 의미라고 했다.


음식에 대한 자세는 각 나라와 문화권마다 그 형태와 의미가 미묘하게 다르다. 예를 들면 프랑스인들이 음식을 대하는 자세는 시각적 아름다움과 예술성을 중시하는 미(美), 일본인에게는 섬세한 맛과 식재료 본연의 풍미를 중시하는 미(味), 중국인들에게는 영양과 건강을 중시하는 양(養), 미국인들에게는 편의성과 다양성을 중시한 편(便)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우리 한국인들에게 '밥'은 정(情)과 힘(力)을 뜻한다. 여기에는 공동체 의식과 생명력을 중시하는 태도가 깃들여 있다. 이는 단순한 '먹기'가 아닌, 식사를 통한 사회적 유대감 형성, 즉 '관계하기'이다. 마치 우리가 세계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처럼, 음식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한국인과 대화를 나눠본 사람들이라면 대화 중 꼭 한 번은 '밥 먹었니?, 식사 하셨어요?'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는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배려이며, 당신이 편안한 상태인지를 묻는 행위이다. 또한 우리는 종종 '한국인은 밥심이지!'라고 말한다. 이는 한국 문화에서 매우 독특하고 중요한 개념이다. '밥심'은 '밥'과 '힘(심)'의 합성어로, 단순한 영양 섭취를 넘어 삶의 근간이 되는 에너지와 의지력을 상징한다. 


이 글은 때가 되어 입으로 집어넣는 단순한 영양 공급의 차원을 넘어 우리가 세계 속에서 어떻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세계 시민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지역성과 세계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퓨전'의 철학을 담고자 한다. 마치 캐비어와 쌀이 만나 새로운 맛의 지평을 여는 것처럼, 우리의 정체성도 다양한 문화와 만나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담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나에게는 내 앞에 앉은 당신이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의 여부가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문제가 된다. 당신의 안녕과 당신과의 관계, 그리고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문화의 이야기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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