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ook Series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ower Series Jun 29. 2023

<준최선의 롱런>, 문보영 산문집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능할까?

 뭔가 대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해놓은게 없어서 장마철에도 대학원 준비에 필요한 공부를 붙잡다가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켰다. 이번에 다룰 작품은 영화가 아니라 책인데, 2년 전에 사놓고 놔두고 있다가 이제서야 꺼내서 읽게 된 산문집이다. 산문집보다는 에세이에 가깝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말이다. 사실 둘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 나의 무지를 인정하자..


 제목이 신기하다. 우리는 매사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들으면서 살아왔다. 한국 사람 중에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생각이 들정도로 우리는 최선에 집착하는 거 같다. 물론 개개인마다 최선의 기준이라는 것은 다른데 말이다. 전력으로 지금 현재에 몰입하는 것보다 약간의 에너지를 남기고 꾸준함에 더 집중하라는 의미의 제목이다. 꾸준함에 대한 것은 모르겠지만 유사한 말을 김영하 작가님께서 유퀴즈에서 하셨던 것 같다. 약간의 에너지를 남겨놓아야 미래의 발전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일리있는 말이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설령 그렇게 한다고 해도 번아웃이 와서 지속성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선의 역치를 낮출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이번 시험기간에 그랬었는데, 시험을 잘 봐야한다는 생각에 평소에 예복습을 정말 많이 해뒀다가 시험 전날에 번아웃이 왔었다. 그래서 시험 전날에 시험을 놔버렸던 기억이 있다. (결과적으로 당일에 후다닥 내가 정리해둔 것들을 보고 들어가서 좋게 나오긴 했지만 아찔한 기억이긴 하다.)


 이 산문집에는 노력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작가의 일기장이랑 비슷하다고 느꼈다. 작가는 자신의 책이 우울한 편이라고 생각한다는 뉘앙스의 글이 나온다. 그런데 딱히 우울한 편인 건지는 모르겠다. 모두들 자신의 내면에는 우울함이 한 켠 자리잡고 있는건 당연한 거 아닌가 싶다. 그걸 단순히 글로 쓰신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인상 깊은 문장이 있었는데, "다시 말해 신은 불행에 대한 안목이 뛰어나서 어떤 불행이 누구에게 주어져야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지 아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불행은 절대 안 준다." 라는 문장이다. 여기서 이 문장은 신이 있다는 것에 초점이 간 것이 아니라 불행은 우리를 성장시킨다는 말에 초점이 가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불행이 있어야 행복이 존재할 수 있다는 필연적인 모순 또한 내포하고 있다. 성장 또는 행복을 가지기 위해서는 나에게 주어지는 '최적화'된 불행까지 감내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삶이라는 것은 어려우면서도 아름답다고 하는 것 같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