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마음, 공개
안녕하세요.
김가든입니다.
1권의 에세이와 2권의 시집을 읽고
다른 1권의 에세이를 마저 읽으려고 하는 요즘입니다.
독서 편식을 해도 괜찮을까요? 읽고 싶은 책들만 자꾸 읽고 싶네요.
우리 집 책장에는 여전히 읽지 못한 책들도 많은데요.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저에게 읽히고자 하는지 기대되네요.
옛날에 대구에 살 때는 책을 읽으면 용돈을 줬어요, 이모가. 200원인가? 500원인가?
얇은 동화책을 골라서 쌓아두고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고 동전은 저에게 바로 주는 게 아니라 거실 선반에 꼭대기에 쌓아 올려두셨어요.
지금 대구에 가면 내가 내려다보는 높이인데도, 그때는 정말 높아 보였어요.
전등에 달린 돌고래 모양의 그것 짤랑짤랑 소리를 내며 서로 부딪히는 그것도 정말 높아 보였는데, 사촌 형아가 거기 머리가 닿는 거 보고 거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내가 대구에 가면 그걸 피해 다녀요 머리에 닿으니까.
사람들이 저를 보고는 부모님이 잘 키웠다고 칭찬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보통 아주머니들이나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내게 그렇게 말해요.
"어머니가 너 같은 아들이 있으면 심심하지는 않으시겠다." 라던가, "아버지도 너처럼 이렇게 재밌는 스타일이니?" 묻기도 하고요.
"부모님이 참 좋아하시겠다." 이렇게 말하기도 해요. 저는 웃으면서 그냥 "그러게요~" 합니다. "부모님이 걱정하시겠다" 보다는 좋아하시겠다는 말이 좋네요. 다행이에요.
겨울은 춥고 쓸쓸하니 외로움이 더 깊어지는 계절이에요. 어둑하고 낮이 짧죠, 밤이 길고. 금방 어두워져서 하루를 날린 기분이 쉽게 들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크리스마스나 연말 연초에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서 쉽게 외로움을 느껴요. 올해도 별로 기대 안 하려고 하는데, 내가 너무 습관처럼 겨울의 나쁜 점만 보려고 하는 것 같아서 겨울이 나에게 선물할 것들도 기대해보려고요. 맡겨 놓은 사람처럼, 겨울은 아무 생각도 없을텐데. "이 겨울 녀석아 올해는 나에게 대단히도 값진 것을 주어야 할 것이다. 내가 아주 지켜보고 있으니!" 당당하게 요구할 생각이에요. (산타클로스가 있다면, 아이클라우드에 백업됐다고 했던 내 사진 5천 장 돌려줘라.)
저는 길가다가 나중에 글로 쓰고 싶은 것들이 있으면 메모장에 기록하는데요, 11월 2일에는 '신발에 박힌 돌을 빼는 아저씨'라고 메모장에 써놨네요. 나는 무슨 글을 쓰고 싶었던 걸까요? 이 아저씨로 글을 쓰는 날에는 또 연락해서 알려드릴게요. 오늘은 서울역 1호선 쪽에서 앉아 있던 노숙인 아저씨의 눈빛이 마음에 들어왔어요. 항상 남들보다 낮은 시선으로 서울역을 바라보고 있는 그들의 얼굴은 왜 하나같이 다 비슷해 보일까요? 날씨가 많이 추워져서 그들이 걱정됐어요. 서울역 안에서는 배스킨라빈스를 사 먹는 사람들이 있어서 의아했어요. 여전히 제가 풀 수 없는 세상의 문제들이 너무 많네요. 따뜻한 핫팩이 100개 있었다면 모두에게 나눠줬을 텐데.
여러분이 생각하는 따뜻함은 무엇인가요? 따뜻한 순간은요?
날씨가 너무 추워서, 따뜻한 것들을 나누고 싶어요.
근데 '따뜻한' 이라고 직접적인 형용사를 쓰면 안 돼요.
규칙이에요.
저부터 끄적여볼게요.
우리 할머니, 내 무릎에 앉아 있는 어린이 궁둥이, 식빵 굽는 고양이, 나를 덮치는 골든 레트리버, 사랑하는 사람과 가까이서 나누는 대화, 하동관 곰탕, 17년도 겨울 처음 입어본 롱 패딩, 기름 냄새나는 난로, 네팔에서 먹었던 진라면, 진득한 재즈와 위스키... 마음, 공개(公開) 여러분들의 답장. : )
자! 여기까지, 8월 ~ 11월 3개월 동안 진행했던 마음 공개는 셔터 내리겠습니다.
다음에는 좀 더 내력을 키워서 정기 간행물로 여러분에게 더 자주 인사드릴 수 있도록 잘 준비해서 돌아올게요.
3개월 동안 여러분과 마음을 나누면서, 오리무중 답답했던 저의 글쓰기 방향성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할 수 있었어요.
결국 글은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해 쓰이네요. 가장 소중한 저의 '누군가'가 되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다들 다시 만나는 날까지 행복하세요! 꼭 행복하세요!
22년 11월 30일 추운 새벽
김가든 쓰고, 드림
첫눈 오는 날 까지 진행하려 했던 마음, 공개 프로젝트는 마지막 마음 공개를 끝으로 마무리 됐습니다.
다음에 또 다른 메일링 서비스를 준비하여 찾아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