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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육아에 지친 우리가 주말여행에서 배운 것

당신의 인생을 여행하세요!

by 위드리밍

여행 자주 다니시나요?

저희 가족은 둘째 임신했을 때부터 매주말마다 6년째 여행을 다녔는데요. 둘째가 5살인데 벌써 5회째 매년 연말이면 전국 일주 여행을 다니고 있습니다.


당신의 인생을 여행하세요.

단 한 번도 절대 쉬운 날이 없었던 가족 여행.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말, 당신이 가족들과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에 대해 써보려 합니다.




매주 떠나는 여행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오래 버티지 못했을 수도...


남편과 저는 대학 시절 국토대장정을 했습니다. 남편은 대한민국을 가로로, 저는 세로로 걸었죠.

결혼하고도 종종 여행을 다니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첫째가 생기며, 아마도 서로 더 책임감에 일상을 살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각자 아빠와 엄마 역할과 자신의 회사 일에 충실하며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은 까맣게 잊은 채, 하루하루 일상만 살아가는 날들이 늘었습니다.


그리고 첫째 아이의 육아 휴직 후, 회사에 복귀하면서부터 업무 헬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는 이제 막 돌을 지났는데, 엄마는 매일 야근하고 아빠가 칼퇴해서 아이를 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5년 전 기록 : 힘들다로 점철된 밤


매일 고군 분투하던 그때, 아이가 폐렴으로 두 번이나 이어 입원을 했고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단 다짐으로 이직을 선택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폭풍 같은 업무 속에서도 그나마 서서히 워라밸을 만들어가며 일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살기 위해서 주말마다 가족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금요일 밤, 퇴근하자마자 지난주에 쌓아뒀던 캐리어를 열어 바로 전국 곳곳 자연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처음에는 평일의 지독한 고단함을 해소하고 싶어서 어디든 떠났던 여행이었습니다.

주로 갔던 곳은 자연 속 방갈로, 카라반 등 숙소가 있는 캠핑장과 바닷가였습니다.

그곳에서 자연의 공기와 바람을 가득 채우고 월-금을 출근하고 다시 주말에는 여행,

이 생활을 반복했습니다.


그러자 오히려 놀라운 일들이 생겼습니다.

일과 삶의 워라밸은 더 굳건하게 지켜졌고,

남편과 저 모두 일에서의 성과도 더 높아졌으며,

가족 내의 관계도 훨씬 개선되었습니다.


여행을 통해 나를, 우리 가족을, 집구석을

여행지에서 한걸음 떨어져 보는 시간들이 많아지며

스스로를 돌아볼 잠시 멈춤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내 삶의 기준은 무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의 방향이 맞는지를

스스로 점검하는 시간이 늘게 되었습니다.


쉬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지를 몰랐었습니다.

여행을 다니며 조금씩 진짜 쉼을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집에서 잠을 푹 자고 컨디션을 회복하는 것과

자연을 만나 굳이 물리적으로 잠을 자지 않아도 자연 속에 머무르는 쉼의 빈 공간이 주는 에너지는 전혀 다른 것임을

이제는 명확히 구분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삶에 잠시 쉼, 이 필요한 이유


마음속에 생긴 여유의 구멍들로

예전 같으면 툭툭 다퉜을 법한 일들도 무난하게 흘러가는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나와 가족의 모습을 돌아보며 함께 앞으로의 미래 방향을 설정하기도, 그 방향으로 잘 나아가고 있는지 스스로를 점검하기도 하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집에 있으면 함께 가족 영화를 보는 시간이 많았다면 자연에서는 함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그 무렵 읽었던 인문학 책이 우리 가족 여행의 관점이 되었습니다.


"넌 여기까지 와서 게임이냐!!

가족단위로 온 캠핑장에서 흔히 들리는 이야기이다. 도시를 벗어나 아이에게 자연을 느끼게끔 해주려는 부모의 마음도 이해는 하지만 저자는 부모의 창조력이 아쉬운 부분이라 언급한다.


도시에서 마시는 술과 바다를 바라보거나 나무에 둘러싸여 마시는 술은 맛과 느낌 자체가 다르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좁은 방에서 하는 게임과 광활한 자연 속에서 하는 게임은 그 느낌부터 다르다. -내면의 힘이 탄탄한 아이를 만드는 인생 문장 100, 아이를 위한 하루 한 줄 인문학, 김종원"


어른들이 자연을 바라보며 마시는 맥주가 남다른 경험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아이들도 자연을 바라보며 보는 유튜브와 게임이 더 재밌게 느껴진다고.... 이 관점에 가족 모두가 공감하며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집에서도 가족영화, 유튜브, 게임을 하지만 그럴 거면 '자연'에 나가서 해라....라는 마인드로 바뀌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성장하니 오히려 밖에서 친구들과 노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서로의 진실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 차 안.



약 6년 전 막 여행을 시작할 당시, 아이의 문제로 기질 상담과 부모 양육태도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 후 돌아온 답변은

"아이는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어요. 어머니가 상담 한번 받아보시겠어요?"

이후 저희 가족은 가족 상담을 1년간 받았습니다. 상담으로 직접적으로 나아진 모습은 잘 몰랐지만 상담 시간에 맞춰 이동하기 위해 대화를 나눴던 차 안에서 남편과 나, 아이는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갔던 것 같습니다.


그 무렵 남편과 제가 유일하게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여행지를 오고 가는 길, 차 안에서였습니다.

그렇게 저희 가족은 여행을 다니며 운전 중 좁은 공간에서 막상 할 게 없으니 대화를 하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좁은 공간에 함께 갇혀 있었던 그 시간 덕분에 요즘 각자의 고민, 그리고 우리 가족에 대한 고민, 그리고 어떤 것들을 좋아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가벼운 이야기들이 오가곤 합니다.


매주마다 여행을 가다 보니 대화하는 습관이 이젠 오래 쌓여,

매일 저녁밥을 먹으며 하루의 시시콜콜한 일들을 이야기하는 대화가 늘었습니다.

보통 말하는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하죠. 교육까진 아니지만 우리 가족의 문화가 된 지 오래입니다.

여행은 단순히 관광지에 가서 좋은 것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고 쇼핑일 하는 일이 아닙니다.

여행지에 잠시 떨어져서 내 삶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최근 동네에서 커피를 마시던 친구와 남편 이야기를 나누다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더라고요.

"여행은 그냥 삶이잖아요. 그런데 그게 맞는다는 건 두 분이 정말 잘 맞는다는 뜻이네요."


돌아보니 그랬습니다.


여행은 정말 삶이었습니다. 각자 자신의 취향, 취미, 일상 습관과 생각들이 모두 담긴 일이 '여행'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동네 친구가 전해준 이야기를 지난 여행길에서 차에서 남편에게도 전해주며 뒤늦게 여행이 남편과 잘 맞는다는 건 정말 행운이구나란 사실에 많이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 부부가 여행이 처음부터 이렇게 잘 맞았을까요?

노노. 절대 아니었습니다.


결혼과 동시에 작은 습관마저도 너무 달랐던 남편과 저는 마주치기만 하면 싸웠습니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함께 살아오며 매주 여행을 다니며 서로에게 맞춰진 것이었습니다.


두 아이들과 우중 캠핑에 다녀온 날이면,

"비 오는 날은 앞으로 캠핑 절대 안 돼." 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하고

"여름 캠핑도 아니야. 겨울도 안돼", "차 타기 싫어!" 등

각자 자신만의 '절대'라는 기준선을 만들고 협의를 해왔는지도 모릅니다.


남편과 저도, 두 아이들도 여행을 다니고 낯선 곳에서 서로를 알아가며

자신의 배려의 선을 넘어서는 일들을 알아 갔고 자신이 지독히도 어려운 일들을 할 수 없다는 것들을 더 나은 방식으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며 삶과 여행의 방식을 맞춰온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아이는 여행 가기 전 '멀미약'을 스스로 챙기며 여행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고

어느덧 저도 싫다던 겨울 캠핑이 '올해는 한번 도전해 볼까?'라며 '절대'라고 여겼던 마음의 경계선이 많이 무너지고 있음을 깨닫고 있습니다.



여행은 결국 삶이니까.

집이라는 공간 안에서는 우리가 아는 범위 내에서만 활동합니다.

가족 구성원끼리도 서로 맞춰지는 영역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여행지에서는 다릅니다.

각자가 예측 못한 다양한 상황들이 발생하고 그때마다 넷이 함께 다니기 위해선 맞출 수밖에 없습니다.

집에서는 알지 못했던 서로의 특정 상황에 대한 대응 방식과 각자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그리고 서로에게 맞춰줄 수 있는 것들을 더 명확히 알아가게 됩니다.


단 한 번도 절대 쉬운 날이 없었던 가족 여행.

그럼에도 좋은 기억들이 더 오래 남아서 또 함께 많이 행복했어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다시 떠나게 되는 듯합니다.


여행지에서 일상과 떨어져 내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캠핑지에서 다른 가족들의 삶의 모습도 보게 되며

몰랐던 나와 상대를 더 알아가고

타인을 좀 더 너그럽게 이해하는 필터를 장착해 오는 듯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서로를 더 배려하고 사랑하는 눈도 생기더라고요.


여행 준비, 예상된 기쁨을 기대하는 시간.

평일 동안 때론 여행의 기대감에 설레어 막상 여행지에서 좌충우돌 힘들었던 기억들은 모두 잊고

다시 준비하는 시간들을 보내며 설레곤 합니다.


어느덧 둘 다 J의 성향이었던 우리 부부는 여행을 다니며 아이들의 다양하고 돌발적인 니즈에 맞춰 여행지에서만큼은 모두 P가 되었습니다. 목적지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결정됩니다. 다행히도 아이들도 좀 더 계획 있는 삶과 여행을 배워가기도 합니다.


그렇게 부모의 J와 아이의 P, 서로의 성향이 잘 어우러지며 계획되고 예정된 삶을 살던 평일과 자유롭게 흘러가는 주말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여행 덕분에 좀 더 균형 있게, 나은 삶을 살아가게 되었고 좀 더 나은 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곧 다가올 주말엔 가족들과 한 번 여행을 떠나보는 게 어떨까요?


당신의 인생을 여행하세요.

이번 주말 떠난 여행이 당신의 삶을 꿈꾸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줍니다.


‘쉼’이 필요했던 우리, 그리고 매 주말여행에서 찾은 삶의 균형들을 앞으로 기록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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