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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헌 작가 Apr 24. 2024

부모의 방치로 인한 상처 – 홍길동

어릴 적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이들이 있다. 집에 아이만 남겨둔 채 외출하는 아동학대 사건이 증가하고 있는데,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것일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언어로 아이들에게 폭언하는 부모도 많다. 관련 뉴스 기사를 읽고 있으면 마음이 아프다. 바쁜 일상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서, 학원에 보내는 게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맞벌이하며 아이를 키우다 보면 두 가지 선택지에 놓이게 된다. 한 명이 일을 그만둘 것인가? 아니면 부부 싸움을 할 것인가. 바쁜 일상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한 명이 일을 그만둔다고 해서 상황이 좋아지지 않을 것이다.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 사람이 일을 그만두게 되면, 그만큼 벌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아이를 돌보는 베이비시터를 채용하는 비용도 문제다. 채용 시간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지만, 지출을 피할 수 없다. 이런 문제로 인해 출산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오죽하면 주요 외신들이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을 보도하며 이유를 분석할 정도다. 아직 결혼을 못 한 청년이지만, 한 아이의 부모가 된다는 건 한 번 더 어른이 되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부모로부터 방치된 아이’는 뉴스 기사만 찾아봐도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육아 관련 프로그램을 보더라도 그 사람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최근 식사를 하던 중 40대와 10대 모자가 이야기하는 걸 들을 수 있었다. 그 어머니는 아들이 옆에 있는데도, 소주를 마시며 밥을 먹었다. 그 아이의 나이를 정확히 모르겠으나, 초등학생 정도 돼 보였다. 그 어머니는 술을 쉬지 않고 혼자 들이켜 마셨다. 술에 취했는지, 아들에게 “너 엄마랑 살래?, 아빠랑 살래?”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두 귀를 의심했지만, 그 아이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 아이를 보며 내 과거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아버지랑 어머니가 싸우고 나면 그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부모로부터 사랑받지 못한 그 아이는 앞으로 상처를 딛고 세상을 살아야 하는 악조건이 생긴 셈이다. 어렸을 때부터 슬픈 기억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건 삶의 무게였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또 다른 주제로 글을 쓰던 중 청소년기 시절 부모의 무관심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가 크게 남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 “상처로 인해 강해진 사람들”이란 주제를 정할 수 있었다. 최근, 유튜브를 보면 행인과 인터뷰하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한 남성과 이이기를 하게 되었고, 그의 이름은 홍길동 씨였다. 그는 내가 이런 인터뷰를 한다고 했을 때 흔쾌히 승낙하여 나도 어리둥절하였다. 그에게 시간과 약속 장소를 정한 후 만나기로 했다. 처음 볼 땐 몰랐었는데, 수줍음이 많아 보였다. 그는 내가 사전에 보낸 질문지를 메신저를 통해 확인하고 있었다. 조금 긴장했나 보다. 아이스 음료는 아이스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우선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인이 생각했을 때 상처가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먼저 보내주신 질문 리스트를 보기 전에는 제가 상처가 많은 사람이라 생각했었는데, 돌이켜 보니 꼭 그렇지 않은 것 같았어요.”

원하는 대답은 아니었다.

“그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봐도 될까요?”

그는 입술을 한 번 깨물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저는 어렸을 때 혼자였던 시간이 많았어요. 부모님이 맞벌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죠. 저도 그땐 철이 들지 않을 때라, 부모님이 미운 부분도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부모님은 절 위한 것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부모님이 맞벌이하는 게 문제가 아니었어요. 부모님은 잦은 싸움으로 우리 집 분위기는 늘 좋지 않았죠. 늦은 밤만 되면 두 분이 싸웠던 것 같아요. 어머니는 항상 바쁜 일상에 불만이 많았고, 아버지는 쉬는 날이면 집에 있지 않고 친구들을 만나러 가셨어요. 저는 항상 어머니의 하소연을 들었던 것 같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길동 씨에게 말했다.

“길동 씨, 우선 이야기를 쭉 들어 봤는데요. 제가 길동 씨였어도, 속상한 부분이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부모님에게도 사정이란 게 있을 수 있잖아요. 그리고 일을 하다 보면 잠시 쉴 수 있는 휴식처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는 무언가 더 말할 게 있어 보였다.

“하실 말씀 있으면 더 해주셔도 돼요.”

“저는 부모님에게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어릴 적 기억은 온통 부모님이 싸웠던 기억이 대부분이에요. 저도 다른 친구들처럼 놀이동산도 가보고, 여행이란 것도 가보고 싶었는데, 부모님은 바쁘다는 이유로 여행을 가지 않았죠. 그런데 아버지는 누구를 만나는 건지 주말에는 없었죠. 저는 뒤늦게 알았어요. 아버지가 친구를 만나는 게 아니었다는 것을.”     


그는 자신이 사랑받지 못했다는 상처와 아픔을 간직하며 살아왔다. 부모의 무관심으로 받은 상처 때문에 우울한 날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것을 이겨내는 과정인 것 같다며 내 눈을 보며 말했다. 누구나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랑 비슷한 부분도 있었다. 자신의 상처가 다른 사람보다 깊지 않더라도, 삶의 무게를 짊어졌기에 발걸음은 남들보다 무거웠을 것이다. 길동 씨는 나랑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물었다.     

“저는 단지 다정한 아빠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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