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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맘유하맘 Sep 20. 2020

도시가 만들어낸 기후위기는 시골로 향한다-2

[유하네 농담(農談)]

태양광 발전은 친환경인가

비가 계속 오고 전국에 산사태 경보가 내려졌습니다. “우루루룽” 천둥이 칠 때면 혹시 뒷산이 무너지는 소리는 아닐까 긴장했습니다. 재작년 옆 산에 굵은 나무들이 다 베어지고 태양광 발전 시설이 들어오면서 걱정은 더해 졌습니다. 산 밑에 있는 이웃 어르신 집이 걱정이었습니다. 우리는 무사히 지나갔지만 티비에서는 태양광 시설이 무너진 사례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정부에서는 태양광 시설이 산사태의 원인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친환경 에너지라며 태양광 시설을 장려했던 정부의 변명이었습니다.

복숭아밭 옆에 갑자기 들어선 태양광 시설은 마을의 걱정거리입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매달 옆 복숭아 나무 사진을 찍어두자” 마을 반장님이 제안을 하시기도 했습니다.

마을에 살던 할아버지가 시내로 나가면서 농사를 짓지 못하자 산 전체의 나무를 베어내고 태양광 시설을 만들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동네 사람인데 말릴 수도 없고”하며 지켜봤습니다. 정부는 자연환경을 위해 화석연료를 줄여야 하고 그래서 ‘친환경’이라는 이름을 붙여 태양광 시설을 장려했습니다. 노년기의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한다며 마치 연금이라도 되는 냥 홍보했습니다. 나이가 들어 농사를 짓기 어려운 농민들에게는 솔깃한 제안이었습니다. 땅도 팔리지 않고 농사를 짓지 못하면 벌금을 내야 하는데 정부가 지원금을 줘가며 태양광 시설을 지으라고 하니, 그것도 ‘친환경’이라는 멋진 이름을 붙여놨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겁니다.

결국 산은 민둥산이 되고 우후죽순 태양광 시설이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큰 트럭들이 왔다갔다해 마 을 작은 길이 무너지고, 수로를 낸다며 이리저리 골을 파내고 요란한 공사들이 이어집니다. 베어진 굵은 나무를 보며 “이게 무슨 친환경이야” 유하엄마가 화를 냅니다. “도시 산업을 위해 시골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 같아” “제대로 값도 안쳐주는 도시 사람들 먹거리 만든다고 농민들은 골병이 들고, 가뜩이나 밭이며 논이 줄어드는데 있는 밭도 태양광들이 다 차지하니 도대체 어쩌란 말이야. 식량자급률이 20% 조금 넘는다는 거 도시사람들은 모르나봐” “저기서 나오는 전자파가 어떤 영향을 줄지 아무도 모르잖아. 바로 옆에 있는 우리들이 다 감내해야 하는 거잖아” “저 태양광 패널들 오래되면 다 쓰레기 될 텐데 저건 다 어찌 처리할거야. 무한대로 에너지를 만드는 친환경 태양광? 말도 안 되는 소리” “이러다가 마을 전체가 태양광 발전소가 될 것 같아. 요즘은 태양광 농사라고 한다며?” 24시간 함께 하며 세상이야기를 나누는 유하엄마와 아빠는 봇물 터지 듯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다행히 비가 그쳤습니다. 안절부절 하늘만 보며 사는 초보농부 유하네에게 “이제 하늘만 의지해 농사짓는 시대는 갔다”고 누군가 훈수를 둡니다. 핸드폰 하나로 온도며 습도며 다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팜이며 공장형 채소농장들이 등장하고 있는 시대에 비닐도 안 깔고 농사짓는 유하네를 안타까워하는 현실적인 조언이기도 합니다. “농부마저 하늘을 믿지 않으면, 농부마저 자연을 지키지 않으면 누가 하겠어요” “그니까 자연을 지키는 농부를 공무원으로 고용해야 해. 그래야 농부가 늘지. 유럽은 그렇다잖아” “농민수당도 안 준다는데 우리나라에서 가능이나 한 얘기야” 또 신나는 토론이 이어집니다. 오늘은 서울에서 쉬러온 선배를 앞에 두고 토론회가 벌어집니다. 선배는 “야 이거 그대로 유투브에 내보내면 인기 있겠는데” 하며 웃습니다.

유하네는 시 하나를 읽으며 오늘도 땅을 지키러 자연을 지키러 밭으로 나섭니다.

농부 - 김준태

그의 신발엔 흙이 묻어 있다
그는 날마다 하늘을 밟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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