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텔레비전을 켜니 코로나19가 박쥐에서 천산갑으로 옮겨 사람에게 왔을 거라는 뉴스가 나옵니다. 사스도 박쥐에서 왔고, 메르스는 낙타에게서 왔다고 합니다. 최근 사람들을 위협하는 바이러스 대부분이 야생동물에게서 왔다며 시장 어디선가 조그만 철망 틀에 갇혀 있는 동물들을 보여줍니다.
영국의 한 교수는 “야생동물들로부터 전염병 사건이 증가하는 것은, 야생동물들을 탐지하는 인간의 능력이 향상되고, 서로 간의 접근성이 좋아지고, 야생 서식지를 인간이 더 많이 침해하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그는 “인간이 주변 경관을 바꾸고, 야생과의 거리를 좁히기 때문에 인류가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바이러스와 접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왜 우리 밭에는 고라니랑 멧돼지가 많이 내려오는 거지?”라는 인간의 질문이 “왜 내가 사는 곳에 인간들이 자꾸 오지?”하는 고라니의 질문으로 바뀝니다.
유하가 방 한 구석에 작은 이불을 걸고 베개들을 두른 다음 “여기는 유하 집이니 들어오지 마세요”라고 합니다. 세하는 엄마가 널어놓은 빨래 밑으로 들어가 “여기는 세하 집이니 들어오지 마세요”라고 합니다. 허락 없이 발가락 하나라도 넣을라치면 “안 돼”하고 호통을 칩니다. 누구나, 동물이나 사람이나 다들 자신이 지키고 싶은 영역이 있나봅니다. 사람들을 서로 만날 수도, 이동할 수도 없게 만든 코로나 바이러스가 자신의 영역을 마음대로 침범하고 해치는 인간들을 향한 야생동물들의, 자연의 경고는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운하에 물고기가 보인다고 합니다. 중국 베이징 하늘이 공해 없이 파랗다고 합니다. 유하네 머리 위 하늘도 파랗습니다. 지구가 잠시 쉬어가기 위해, 자연이 잠시 쉬어가기 위해, 인간들의 괴롭힘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해 바이러스로 스스로의 쉼을 만든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내 먹거리를 만든다고 우리 주변에 자연스럽게 살고 있던 동물들의 자리를 빼앗고 있는 건 아닐까 유하네는 고민에 빠집니다. 그렇다고 가뜩이나 부족한 밭을 고라니에게 넘겨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유하네는 고라니가 많이 다니는 길에는 망을 치는 대신 고라니가 잘 먹지 않는 식물을 심기로 했습니다. 들깨며 토마토는 냄새가 심해 고라니가 먹지 않습니다. 고라니 길도 열어주고 필요한 작물도 키우니 이를 감히 공생이라 불러도 될까요. 결론 같지 않은 결론입니다. 최대한 자연을 해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울려 농사를 짓고 싶은 유하네의 작은 마음입니다. 자연과 공생하고픈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