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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맘유하맘 Sep 05. 2020

신이 나서 하는 일, 노는 게 일인 유하네 -1

[유하네 농담(農談)]

고양이 손도 필요해요!

뜨거운 여름이 옵니다. 농촌은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다’는 농번기입니다. 씨앗마다 싹을 틔우는 시각과 온도가 정해져 있기에 유하네도 정신없이 씨를 뿌리고 싹을 옮겨 심습니다. 고랑과 이랑을 만들고 밭을 채워갑니다. 비어있던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유하네는 밭에 그림을 그립니다.

밭이 시작되는 곳에는 블루베리와 딸기를 심었습니다. 아이들이 언제든지 밭을 바라보며 열매를 따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앵두나무, 매실나무, 살구나무, 체리나무도 심었습니다. 시원한 날씨를 좋아하는 열무며 총각무, 당근과 완두콩 씨를 먼저 땅에 넣어두고, 감자를 심습니다. 감자 싹 사이사이에는 키가 큰 옥수수를 심어 재미를 줍니다. 조금 뜨거운 날씨를 좋아하는 맷돌호박, 단호박, 애호박, 토마토, 가지, 고추와 고구마를 심습니다. 이제 모종판에서 자라고 있는 땅콩, 아주까리밤콩, 해바라기를 옮겨 심어야 합니다. 대추나무 사이에 심어 함께 키울 계획입니다. 여름을 즐기는 들깨에 서리태까지 심으면 밭의 흙색은 초록색으로 가득 채워집니다.

꽃이 피는 정원은 밭

유하네 밭 곳곳에는 꽃이 핍니다. 작약이며 삼잎국화, 하얀민들레가 꽃을 피웁니다. 고추밭을 가로지르는 십자 모양의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하얀 고추꽃, 노란 토마토꽃, 보라색 가지꽃을 만납니다. 따뜻한 겨울 때문에 블루베리 잎에 가득 생긴 벌레를 나무젓가락으로 잡으며 유하가 꽃을 찾아냅니다. “이 노란 꽃은 애기똥풀꽃이고, 여기에 핀 하얀 꽃은 딸기꽃이야. 딸기가 열리고 있네” 세하를 옆에 두고 유하는 밭 해설사가 됩니다. 언니한테 풀꽃을 배운 세하는 이곳저곳을 바라보며 “이것도 애기똥풀, 저것도 애기똥풀”합니다. 그러다 “언니가 좋아하는 엉겅퀴꽃이다”하며 꽃을 꺾어옵니다. 유하엄마는 “이건 엉겅퀴가 아니라 지칭개꽃이야. 비슷하게 생겼지?”합니다. “똑같이 생겼네”라며 세하는 얼른 엉겅퀴를 찾으러 뛰어갑니다. “엄마, 땅에 별이 있는 것 같아!” 대추밭 가득 핀 노란민들레를 보며 세하가 외칩니다. 유하는 토끼풀 꽃을 얼른 꺾어 반지를 만들어 끼워줍니다.

“밭에 웬 길이 있어? 아깝게...”라며 마을 어르신이 혀를 끌끌 찹니다. 많은 생산량을 위해 사람이 다니는 고랑도 최대한 작게 만들어 밭에 채소를 가득 채우는 관행농법에 익숙한 어르신에게, 유하네 밭은 버려지는 땅이 많아 보였나 봅니다. “우리 밭은 그냥 밭이 아니고 정원이라 그래요.” 유하 아빠가 웃으며 답합니다. 그렇습니다. 꽃과 풀, 채소들이 어울리는 유하네 밭은 정원입니다. 돈 주고 구경하는 여느 정원 못지않습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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