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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맘유하맘 Sep 07. 2020

시골에는 누가 살까 -1

[유하네 농담(農談)]

시골 : 도시에서 떨어져 있는 지역. 주로 도시보다 인구수가 적고 인공적인 개발이 덜 돼 자연을 접하기가 쉬운 곳을 이른다.

시골의 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봤습니다. 유하네가 도시에 살 때 지방으로 놀러 가면 ‘시골에는 누가 살지? 뭐 먹고 살지?’ 하는 질문을 많이 했었습니다. 특히 도시에서 나고 자란 유하 엄마는 이런 질문을 더 많이 던지곤 했습니다. 유하네가 도시를 떠나 시골에 온 지 햇수로 8년째. 이제 다시 이 질문을 던져 봅니다.

“10년 후를 생각하면 잠이 안 와”

언젠가 마을 어른이 “10년 후를 생각하면 잠도 안 와”라고 하셨습니다. “내가 벌써 일흔이 다 됐는데 10년 후에는 누가 있겠어. 저 형님도 벌써 일흔이 훌쩍 넘었어”라며 한숨을 쉬십니다. 지금도 젊은이가 없는데 10년 후를 생각하면 더 걱정이라는 겁니다. 유하네가 사는 영산마을에서 유하네는 막내입니다. 유일한 40대입니다. 유하와 세하가 유일한 아이들입니다. 50대 중반을 달리고 계신 앞집 형님네가 그나마 말동무 상대입니다. 18가구가 사는 우리 동네에서 이 두 집을 빼고는 모두 예순을 넘기셨고 여든을 넘기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대다수입니다.

마을길 제초작업이며, 쓰레기장 정리 등 마을 일이 생기면 유하 아빠가 나서야 합니다.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무거운 걸 드는 등 힘쓰고 몸 쓰는 일은 몽땅 유하 아빠 담당입니다. 얼마 전 마을 입구 폐비닐 모으는 곳에 외지인들이 온갖 쓰레기를 몰래 버려 담을 치는 마을 공사가 있었습니다. 예순이 넘은 마을 반장님이 유하 아빠를 데리고 갔습니다. 마을 어르신들이 모였지만 사다리에 올라 무거운 양철 지붕재를 옮기고 담을 치고 나사를 박는 일은 유하 아빠 독차지입니다. 땡볕에 시뻘게진 얼굴로 돌아온 유하 아빠는 “막내가 들어와야 하는데”하며 한숨을 쉽니다.

<강원일보>에 따르면 강원도 내 65세 고령인구 비중이 전국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출생률은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또 지난 한 해 동안 강원도 청소년 중 2600여 명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다고 합니다. 일자리도 부족하고 교육 여건도 좋지 않으니 젊은이들이 다 빠져나가고 노인들만 남는다는 것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10년 후, 20년 후 강원도에 요양원만 가득 있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아이들이 사는 시골

유하네는 이런 시골을 선택했습니다. 유하네가 시골에서 재미나게 열심히 살면 많은 젊은이가 시골에서 함께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유하는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초등학교에 다닙니다. 전교생이 17명까지 줄었던 우리 학교는 한때 폐교 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동네에 아이들이 없으니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교장선생님이 새로 부임하고, 학교 측의 결심으로 가까운 시내에 스쿨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유하네 동네에서 20분만 나가면 아파트가 많은 시내가 나옵니다. 시내의 어린이들이 스쿨버스를 타고 자연과 함께 하는 학교, 적은 숫자의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운다는 우리 학교로 오기 시작했습니다. 한 학년에 한 반씩, 한 반에 딱 10명만 받는 우리 학교는 지금 60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다니고 있습니다.

학교가 북적거리니 우리 마을에도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유하네 반 친구들이 시골로, 유하네로 놀러오기 시작했거든요. 도시에서만 사는 친구들에게 유하네 집은 별천지, 신나는 놀이터입니다. 학교를 마치고 우르르 몰려와서는 방아깨비를 잡는다며, 블루베리며 딸기를 따 먹겠다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정신이 없습니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반가우셨는지 마을 어르신은 “사람 사는 것 같다”며 아이들을 흐뭇한 표정으로 구경합니다. 유하와 같은 반 친구네는 유하네 밭 한 귀퉁이를 빌려 주말 텃밭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쌈 채소며, 고추, 토마토를 심어놓고 주말마다 유하네에 옵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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