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
깔끔한 쌉싸름
대중적 브랜드에서 맡기 힘든 특별한 향
제 친구는 열애중이었어요.
남친이 거칠고 남성적인 외모와 달리 참 부드럽고 자상한 타입이었어요. 곧잘 꽃다발 선물을 받아서 저희한테도 나눠주곤 했어요. 근데 유독 보라색 꽃이 많았어요. 미대 나온 남친답게 그랬대요. '너를 생각하면 보라색이 떠올라서...'
제가 보기에도 그 친구, 어딘가 보라빛을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있긴 했어요. 하얗고 창백한 피부를 가졌어요. 마른 체격이라 글래머러스한 느낌은 없었죠. 하늘하늘하게 여성스러우면서도 그 여성스러움이 진하지 않았어요. 정갈하고 서늘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이 있달까?
비슷한 계열이지만 보라는 핑크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내요. 같은 여리여리함을 표방하지만 핑크색은 밖으로 발산하는 화사한 에너지라면, 보라색은 조용히 흐르는 무드가 있죠. 제 생각에 핑크는 E의 색이고 보라는 I의 색 같아요.
예전 응답하라 1988에서 '그대 모습은 보라빛처럼 살며시 다가왔지'의 가사로 시작하는 '보라빛 향기'라는 노래가 나왔었던 적이 있었어요. 불가리 옴니아 아메시스트가 딱 그 향입니다. ‘보라빛 향기’. 겉으로 드러나는 향은 깔끔한 쌉싸름입니다. 저 밑으로 분명히 달콤함과 싱그러움이 맡아지긴 하는데 겉으로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숨겨져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 달콤 상큼한 향이 서서히 올라와서 쌉싸름한 달콤함으로 잔물결 일렁이듯 오래 지속됩니다.
여성스러움을 강하고 진하게 내뿜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부드럽고 매끈한 느낌을 줍니다. 언뜻 언뜻 달콤하게 섬세하고 쿨한 섹시를 느끼게 하는 향입니다. 그래서 활달한 20대보다는 성숙한 30대에 어울리는 향기 같아요. 20대라도 좀 조용하고 사색적인 여자에게는 어울릴 듯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