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을 싼다.
입원하는 동안 필요한 물품을 하나하나 챙겨 가방에 넣는다. 각티슈, 물티슈, 치약, 칫솔, 양치컵, 비누, 로션, 면도기, 속옷, 양말, 옷걸이, 슬리퍼, 생수 500ml 4개, 태블릿pc, 충전기, 무선키보드.
내가 경험한 최장 입원기간은 13일 이었다. 이번에는 4~5일 정도 예상되니 입원기간 동안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간다.
기간이 길어지거나 필요한게 생기면 병원 편의점에서 조달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들은 1년에 한번 여행하러 가방을 싸겠지만 나는 어찌하다보니 1년에 한번 입원하기 위해 가방을 싼다. 갑자기 내가 처량해지는 기분이다.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신체부위가 아플 수 있는지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다.
작년에 담낭제거수술을 하고 이제 더 이상 아플 곳이 없다 생각했다.
지난 9월 상악동염으로 발치를 할때만 해도 이건 병도 아니네 생각했다.
배꼽탈장으로 수술을 해야한다는 상황을 마주하고 어이가 없었다. 내가 정말 버라이어티하게 아프구나. 이게 마지막이겠지 마지막이면 좋겠다.
발가락 골절부터 중대뇌동맥 클립결찰술까지 말 그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아파봤다.
세번의 전신마취 수술을 했고 네번째 전신마취 수술을 위해 입원준비를 한다.
오늘 2주 병가를 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가 부재중에 발생할 직원들 업무를 하나하나 체크하고 칼퇴근을 했다.
평소 표나게 아프면 미리미리 대비라도 하겠는데 지극히 정상적으로 생활하다 뭔가 좀 컨디션이 평소와 다른 것 같다 생각돼 근처 의원에 가면 큰 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듣는다.
2020년부터 지금까지 내가 치료를 받게 되는 루틴이다.
이걸 다행이라 해야되는지 내가 몸이 망가지는 것도 모를 정도로 무딘건지 모르겠다.
12시가 넘었네. 나도 모르게 심란했던 맘이 글을 끄적이니 가라 앉았다. 언제 부턴가 의사가 뭐라 해도 무덤덤 해졌다. 수술실 앞에서도 무덤덤. 마취합니다라는 말에도 무덤덤.
병을 대하는 내 방식은 무덤덤이다. 그게 편하다는걸 누가 알려 주지 않아도 스스로 터득했다.
이제 자야겠다. 내일 오전중에 할 일을 부지런히 마치고 2시까지 입원을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