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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석현 Nov 15. 2023

이상한 나라의 원숭이 01

노망난 원숭이 & 미친 원숭이 & 멍청한 원숭이

나는 이상한 나라에 사는 원숭이야.

내가 사는 이곳도 예전에는 참 아름다운 곳이었어.


모두 죽고 지금은 살아남은 원숭이가 얼마 되지 않지만 말야.

이곳도 옛날에는 정말 많은 원숭이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었어. 모두가 한 가족처럼 사이좋게 지냈어. 지금은 몇몇 원숭이들이 겨우 살아남아 근근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어. 살아남은 원숭이들은 저마다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 엉덩이가 파란 원숭이, 빨간 원숭이, 노란 원숭이, 초록 원숭이... 그렇게 각자의 고유한 엉덩이 색깔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어.


모두가 마치 자기 엉덩이 색깔을 자랑하기라도 하듯 엉덩이를 하늘로 쭈욱 치켜들고 다니는 모습이 정말 꼴불견이야. 그런 모습을 보면 가끔 나도 모르게 웃음이 피식 새어 나오곤 해. 지금 여기서는 엉덩이 색깔이 비슷한 원숭이들 끼리만 어울리며 지내고 있어. 다른 색깔 엉덩이를 가진 원숭이들과는 마주치면 싸우기 바빠서 평소에는 서로 조금씩 피해다니고 있어.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말이야. 다들 사이좋게 지내던 시절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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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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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쯤 전인가? 비바람이 무척이나 심하게 불던 어느 날이었어. 날씨 탓인지 그날따라 이상하게 기분도 썩 좋지 않았어. 바람에 날아갈까봐 걱정이 된 원숭이들은 서로 손을 맞잡고 오들오들 떨면서 집안에만 있었어. 그 사이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꿈도 꾸지 못한채 말이야.


비바람과 함께 찾아온 불청객이 있었어. 이웃나라에서 쳐들어온 조그만 사비 원숭이들은 비바람도 개의치 않고 마구 약탈을 일삼았지. 비바람이 조금 잦아들고 조심스레 밖으로 나간 우리는 엉망이 되어버린 마을을 바라보며 허탈함과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어. 이웃나라의 대장 원숭이는 원숭이 마을의 촌장 목을 잘라서 한 손에 들고 있었지. 원숭이들은 그 모습을 보며 공포에 질렸어. 덩치는 자기보다 작았지만 조그만 사비 원숭이들은 잔인했고 무엇보다 자기들끼리 똘똘 뭉쳤어. 그들에게 복종하지 않으면 모두 촌장과 같은 신세가 될 게 뻔했기 때문에 원숭이들은 그날부터 사비 원숭이들의 비위를 맞출 수 밖에 없었어.



그들의 비위를 맞춘 원숭이들은 운좋게 겨우 살아남긴 했지만 죽지않을 정도로 이틀에 바나나 하나 정도만 얻어 먹을 수 있었어. 그것을 뛰어넘어 동족을 팔아먹은 원숭이들은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했고 왠만한 사비 원숭이들보다 더 배불리 먹으며 잘 살았지. 가장 큰 나무를 배정받아 자기 집으로 삼고 암컷 원숭이들도 마음껏 차지할 수 있었어. 사비 원숭이들의 장군에 버금가는 대접을 받은거야.


그때였어. 그때부터 원숭이들의 엉덩이 색깔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어. 사비 원숭이들에게 복종하며 동족을 팔아먹고 부와 명예를 독차지한 원숭이들은 엉덩이가 더욱 빨갛게 변해갔지. 동굴에 숨어서 그들을 몰아낼 생각을 하며 똘똘 뭉친 사비 원숭이들을 반대하는 원숭이들의 엉덩이는 점점 더 파랗게 변해갔어. 매일 침략자들과 그 추종자들에게 학대를 당하며 추운 동굴 바닥에서 생활을 하다보니 엉덩이마저 파랗게 질려버린 거지. 여기 저기 눈치를 살피며 오로지 바나나만을 찾아다닌 원숭이들은 마치 바나나 색깔처럼 엉덩이가 노랗게 변해갔어. 그들을 필요할 때마다 빨간 원숭이 편과 파란 원숭이편에 번갈아가며 빌붙어 생활했어. 그들의 대장이 살아있었을 때는 안 그랬는데... 어떻게 죽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빨간 원숭이들이 그들의 대장을 사비 원숭이들에게 고발을 하자 억울함에 못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해. 소문은 그렇게 전해져오고 있는데...


글쎄... 뭐...

진실은 아무도 모르지.

시간이 조금 흐른 후 빨간 원숭이들은 자기들의 지도자를 뽑았어. '루나'라는 원숭이가 지도자가 되었지. 루나는 멍청했어. 조금 멍청한게 아니라 많이 멍청했어. 사실 루나가 예전에도 멍청하긴 했지만 이정도는 아니었어. 그런데 루나가 갈수록 더 멍청해진 까닭은 루나의 곁에 늘 맴도는 암컷 원숭이 루지 때문이야. 루지는 루나를 만나기 전에 셀수도 없을만큼 많은 숫컷 원숭이와 관계를 가졌데. 루지는 권력과 명예가 있는 원숭이라면 사비 원숭이든 빨간 원숭이든 가리지 않고 엉덩이를 흔들면서 다가갔어. 그리곤 숫컷 원숭이의 권력과 명예를 마치 자기 것처럼 이용한 후에 더 힘있는 원숭이에게로 옮겨가는 것을 계속 반복했어. 그리고 지금 루지는 루나를 차지했어.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빨간 원숭이들은 멍청한 루나를 자기들의 지도자로 선출했어. 빨간 원숭이들이 그를 지도자로 추모했으니 그의 곁에 붙어서 그를 조종하면 또 얼마간은 루나의 부와 명예를 루지가 차지할 수 있었으니 여간 영악한 암컷이 아닐 수 없었어.

아참. 듣기는 소문에 루지에게는 숫컷 원숭이들을 꼼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비결이 있다고도 하는데, 그게 뭔지는 확실치 않아. 원숭이들은 유독 잠자리(Dragonfly)를 좋아하는데, 루지가 잠자리를 잘 잡는다는 소문이 있어. 사비 원숭이들에게 억압받은 그들이 하늘을 훨훨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잠자리를 보며 희망을 가졌을지도 모르지. 그런데, 이건 루지와 함께 잠자리를 잡아본 숫컷 원숭이들만 알 수 있으니 확인 할 방법이 없어. 나도 잠자리를 좋아하지만 잠자리 잡는 일이 보통은 아니거든...


그러던 어느날 이었어

사비 원숭이들의 지도자가 우리 마을에 찾아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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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브런치의 모든 글은 생각이 날 때마다 내용을 조금씩 윤문(潤文)하여 완성된 글로 만들어 나갑니다. 초안 발행 이후 반복 수정하는 과정을 꾸준히 거치니 시간이 지날수록 읽기가 수월하실 겁니다. 하여 초안은 '오탈자'와 '문맥'이 맞지 않는 글이 다소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점 양해 구하겠습니다. 아울러 글은 저자의 손을 떠나면 독자의 글입니다. 근거없는 비난은 거르겠습니다. 하오나 글에 대한 비판은 달게 받겠습니다. 독자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댓글로 남겨주시면 겸허한 마음으로 활발히 소통하도록 하겠습니다. 독자분들로 인해 글을 쓸 힘을 얻습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존경합니다. <저자 박석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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