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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석현 May 08. 2024

노인에게 묻는 삶의 지혜

늘 지혜를 갈구하는 우리에게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아있다면 그들에게 많은 질문을 해보는 것이 좋다. 내 조부모가 아니라도 괜찮다. 주위에 연세가 지긋한 어른이 있다면 그들에게 질문을 던져보라. 한 가지 질문에 그 이상의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의 노인은 도서관 하나와 같다. 노인 한 사람의 죽음은 도서관 하나가 소멸하는 것과도 같다는 말이 있다. 그들은 역사의 산 증인이다. 그들과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책에서 배울 수 없는 신비롭고 특별한 지식과 지혜를 탐구할 수 있는 정말 좋은 수단이다.


몇 해 전 어느 시골 마을에 여행을 갔을 때였다. 연세가 지긋한 민박집 어른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햇살이 따듯한 봄 날 민박집 마당에서 한가로이 노닐고 있는데 주인 어른이 올라와 내 곁에 앉아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버님은 평생 여기 사셨습니까?"

"그럼. 나야 평생 여기 살았지."

"그럼 옛날 이야기 좀 해주십시오. 여긴 옛날에 어땠습니까?"

"글쎄. 저기 섬 보이지. 6.25때 섬 뒷편에 있는 군함에서 포를 쏴서 저쪽 빨간 지붕 집에 떨어졌어. 쾅쾅 소리가 나는데, 어찌나 정신이 없던지. 내가 열댓 살쯤 되었지 아마."

"그걸 직접 다 보셨어요?"

"보다마다. 난리도 아니었어."

"역사의 산증인이시네요. 오늘 이렇게 마당에 나와 있으니 바람이 참 좋습니다."

"그러게. 오늘 바람이 참 좋구먼..."

"....."


저쪽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저쪽에서 높새바람이 불어오면 어김없이 비가 내려."

"높새바람요?"

"그럼. 저쪽 산에서부터 바람이 이렇게 불어내려 와."

"그럼 비가 옵니까?"

"암만. 비가 바람을 타고 이렇게 살살 넘어와."

"신기하네요."

"그리고 이쪽에서 하늬바람이 불면 이상하게 고기가 안 잡히지. 희한해."

"아... 그렇군요. 하늬바람이 불면 고기가 안 잡히는군요."

"암만. 자연이 그래. 참 희한하지."

"네. 그러네요."


평소 대화를 나누던 이웃과는 늘상 하던 이야기라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을 수 있겠지만 외지의 젊은 사람과 이야기의 물꼬를 트니 한참 동안 신나게 대화가 이어졌다.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역사가 펼쳐졌다. 마치 역사의 한 장면으로 들어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버님. 아버님께서는 인생이 뭐라 생각하십니까?"

"글쎄... 인생이라..."

"네. 다들 인생의 의미를 알고 싶어 하지 않습니까? 아버님이 생각하시는 인생이란 어떤 걸까요?"

말없이 잠시 먼산을 바라보다 말씀을 이어간다.

"보자. 인생이라. 인생은 화살과도 같은 것 같네."

"화살요..."

"그럼. 지나고 보니 세월이 참 빠르게 지났어. 젊은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내 나이가 벌써 이렇게 되었네. 이봐. 머리에 눈이 하얗게 내렸어. 눈 깜박할 새야. 빨라. 세월이 참 빨라."

"네. 머리에 눈도 하얗게 내리고... 인생은 화살과도 같군요."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다르다. 우리가 사용하는 요즘의 언어와는 차이가 있다. 어찌보면 시인 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살아가는 세상과는 격리된 그들만의 고유의 언어 같기도 하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 다른 세상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든다. 과거로 여행을 듯한 느낌과 동시에 그들의 세상으로 잠시 초대를 받은 듯한 느낌이 든다. 그들의 유년 시절 기억을 지나 젊은 시절을 거쳐 지금 이 나이 때까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치 제대로 된 이야기꾼을 만난 기분이 든다. 그들은 늘 이곳에서 지금까지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지켜왔고 그 이야기를 다음 세대에게 들려준다. 한 편의 연극이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들을 만나 이런 경험을 해보는 것은 그들에게도 좋은 시간이겠지만 나에게 더할 나위 없이 큰 선물을 주는 느낌이다.


훗날 그들이 떠난 뒤 후회하지 말고 가능하다면 당장 질문을 던져라. 그들이 살아온 삶은 어떠했고 그때는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보다 자세하게 들어볼 필요가 있다.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인생의 지혜와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나이를 살아보지 못했지만 그들은 우리의 나이를 경험해 봤다.


지금이야말로 그들과 대화할 수 있는 좋은 시점이다. 그들을 만나 삶의 지혜를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2024년 5월 8일 어버이 날을 맞아...

<노인에게 묻는 삶의 지혜>를 한 번 되새겨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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