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해서 전교 1등, 금메달리스트 되면 좋을까?
공정한 경쟁이라는 허상
올림픽의 여러 편파판정과 오심, 도핑 사건을 보며 한 사건이 떠올랐다.
중학교 2학년 때 일이었다. 반에서 1~2등을 다투던 친구가 있었는데 유독 공부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학생이 공부에 열의를 가지고 임하는 것은 좋은 자세이나 그 친구는 유달리 위태로워 보였다.
성적에 날카롭게 날이 서있었으며 다른 친구들의 점수에 관심이 많았다.
나는 중학교까지는 크게 성적에 연연하지 않았던 터라 시험기간에만 벼락치기로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었는데, 그래서 시험시간이 아닌 때에는 친구들과 잘 어울려 놀았다.
그 친구는 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고 쉬는 시간에도 복습•예습을 했다.
시기는 잘 기억이 안 나나 1학기 기말고사였을 것이다.
그 친구가 내 평균점수를 물어봤다. 나는 흔쾌히 말해주었고 갑자기 그 친구의 표정이 안 좋아지더니
"아, 잘 봤네."라는 짧은 한마디를 남겼다.
"너는?"
"나는 잘 못 봤어.."
나도 구체적인 점수를 알고 싶었으나 빠르게 돌아서서 물어보지 못했다.
나중에 석차를 확인하니 그 친구와 내가 소수점까지 똑같아서 동점이었다
'가만.. 나와 동점인데 나는 잘 봤고 자기는 못 봤다고?'
순간 기분이 나빴지만 그 친구가 얼마나 시험에 진심인지 알기에 넘어가기로 했다.
그러고 나서 2년 뒤 그 친구와 같은 고등학교에 배정되었다. 당연히 그 친구는 고등학교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으며 담임 선생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나도 고등학교에 가서는 성적이 많이 올라있었기에 비슷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가 커닝을 하다가 걸려서 0점 처리를 당했다는 소식을 친구에게 들었다.
"설마, 커닝을?"
"말도 마. 그거 걔 담임선생님하고 교감 선생님이 무마시키려다가 다른 학생들 반발이 너무 심해서 버티다가 0점 처리한 거잖아."
"어떻게 커닝을 했길래?"
"주관식 답안지를 걷을 때 뒤로 보내잖아. 앞에 학생 답안지를 넘겨받고는 황급히 주관식 답을 하나 적더래. 그래서 그걸 본 뒤에 학생이 감독 선생님한테 말한 거지. 근데 심지어 그 답도 틀린 답이라더라."
"왜 그랬지...? 공부 열심히 하는 친구인데 0점 처리면 타격이 크겠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솔직히 한 과목 0점 처리 큰 이슈는 아니다. 하지만 공부가 전부였던 학생 신분에는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소문이 쫙 퍼져서 자존심이 상했던 것일까 0점이 절망적이었던 걸까. 그 친구는 검정고시를 보겠다며 자퇴를 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그 친구는 비록 부정행위를 했더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0점 처리에 대해서는 받아들였을지 모른다. 예상컨대 그 당시 그 친구의 담임 선생님이 본인 반 학생 석차에 대해 매우 신경 쓰던 분이라 그 선생님의 주도하에 반 학생들 입막음을 하고 무마하려 하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의 도핑 사건... 스케일은 다르지만 본질은 비슷할 것이다. 실수였든 고의였든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면 된다. 지금의 출전 강행은 누구의 의지이고 누구의 입김인 걸까? 다음 올림픽 출전은 몰라도 이번 올림픽 출전은 당연히 안된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공정한 경쟁을 지지하고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