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의 어느 날, 자본주의에 눈을 뜨다.
2020년까지 돈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돈'이란 있다가도 없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왠지 '돈'을 쫓는 행위는 도덕적이지 않게 느껴졌던 것 같다. (바보같이 말이다) 그러다 어느 날 각성하듯 '돈'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특별한 계기도 없이 왜 돈에 관심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노동의 역설'을 느껴서가 아닐까. 더 이상 현재의 땀과 눈물이 미래의 성공을 담보하는 세상이 아니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것이 아니라 '모로 가면 영영 아무 곳에도 도달하지 못할'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돈에 대해 무지하면 오히려 나중에는 잡히지도 않는 돈을 따라 미친 듯이 그를 쫓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치열하게 살면 언젠가는 모든 것이 보상되는 세상이 아닌 것 같았다. 이제는 더 이상 '치열함'과 '노력'만으로 노동에 대한 대가를 받을 수 없는 형국인 것 같았다.
물론 노력하는 자가 승리한다는 명제는 여전히 믿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의 정의가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진 것 같는 생각이 들자 나는 또 조급함을 느꼈던 것 같다. 이제 단순히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한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자꾸 날 조급하게 만들었다. 내 나이에 누군가는 열심히 노동시장이라는 곳에서 일하고 차곡차곡 돈을 모으고 있는데 난 그 시간에 공부를 그것도 아주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은 간혹 내게 조바심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때부터 학생 때에도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돈을 버는 것 말고도 돈에 대해, 세상에 대해, 이 사회를 움직이는 자본주의에 대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