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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선 Dec 31. 2020

나에게 주는 선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를 하루 남긴 12월 30일 우리 집에서는 파티가 열린다. 밖에 나가서 외식을 하기도 하고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파티를 하기도 한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외식은 생각도 못하고 집에서 파티를 열기로 했다. 매운 닭발이 먹고 싶다고 했더니 남편은 시장에서 뼈 없는 닭발을 1kg이나 사 와서 매운 양념으로 볶아 주었다. 딱 내 스타일이다.



잔을 가득 채우고 다 같이 건배다.

생일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연말 파티? 아니 나의 생일 파티이다!




내 양력 생일은 12월 30일이고 음력으로는 12월 3일이다.

어릴 때 음력으로 생일을 챙기면 거의 대부분 다음 해 1월에 올해 생일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분명  열다섯 살 생일인데 1월이니 초를 열여섯 개 꽂는다던지 하는 경우도 많아 뭔가 좀 억울했지만 모두들 음력 생일을 하니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다. 결혼을 하고는 계산하기 힘들다며 아이들 생일을 모두 양력으로 챙겨주기 시작했다. 남편과 나는 여전히 음력으로 생일을 했었는데 어느 날인가 남편에게 올해부터는 나도 양력으로 생일을 챙기고 싶다고, 날짜를 기억하기도 좋고 송년회랑 같이 엎어서 하자고 했다.  


그 이후 놀리는 건지 장난인지 12월이 시작되면 술자리가 있을 때마다 매번 건배사로 "생일 축하해" 했고 그러면 나도 "고마워요."라고 건배사를 받았다. 그렇게 한지 벌써 십여 년이 되었고 그 덕분에 12월이 다가오면 해가 끝나는 달이라 아쉽기는커녕 나는 항상 설렌다. 생일 축하를 한 달 동안 받을 수 있는 축제 기간이기 때문이다.


어제인 12월 30일, 만으로 딱 50세가 되었다. 그제까지는 만으로는 49세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이제 내 나이는 우길 수도 없이 50대이다. 어릴 때는 50대라는 나이는 노년으로 가는 중년의 마지막 정도로 생각했는데 막상 그 나이가 되어보니 그렇게까지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또 생각해보면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 아닌가. 아직도 나는 내년에는 또 어떤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된다. 사실 별로 달라질 것도 없고 달라지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좋을 수도 있지만 새로운 무언가가 나에게 오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올해 브런치라는 새로운 공간이 나에게 온 것처럼 말이다.


캠퍼스 커플이었던 우리 부부에게는 나에게 선배이자 남편의 후배인 지인이 있다. 그 선배는 유럽 단체 배낭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를 30년 가까이 운영해 오있다. 덕분에 나도 딸들과 유럽에 갈 기회가 많았는데 갑작스러운 코로나 사태로 여행업계가 올 스톱되면서 지금은 브런치에서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경험을 글을 통해 다시금 정리하며 버티고 있다. 한 번은 술자리에서 선배가 나에게 유럽 여행 다녀온 후기를 브런치에 올려보라고 권했고 나는 손사래를 치며 못하겠다고 했지만 혹시 하는 마음에 글을 등록해 보았다. 자신이 없었지만 남편도 옆에서 할 수 있다며 격려를 해주니 한번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누가 이런 글을 보겠냐 싶고 가족들이라도 재미있게 읽어주면 좋겠다 싶지만 마음 한 구석엔 구독자가 좀 늘었으면... 조회수도 올랐으면... 그런 욕심도 생겼다. 얼마 전 구독자가 90명이 넘어가자 내 생일 전에는 100명이 넘었으면 하고 은근히 바랐는데 다행히도 생일을 하루 앞두고 100명을 넘어서 브런치에서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뻤다. 별 것 아닌데도 온통 폰을 붙들고 일희일비하는 나를 보며 비웃지 않고 글을 읽고 피드백해주는 소중한 남편이 옆이 있는 것도 나에겐 큰 선물이다. 나와 같은 곳을 보고 같이 시간을 보내며 한없이 나를 배려해 주는 사람이 나의 남편이라 너무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나이가 들어 갈수록 더 서로를 이해하게 되니 더더욱 다행이다.


코로나는 연말 풍경도 바꾸었다. 예전 같으면 연말 가족들과 송년회를 하며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할 텐데 다들 카톡으로 인사하고 만다. 멀리 있는 아가씨와 동생들도 만나지는 못하고 생일 축하한다며 카톡 인사를 보내고 용돈을 보내주었다. 무엇을 살까 고민을 해보았다. 내년엔 운동을 더 열심히 하게 운동화를 하나 사야겠다. 그런데 이런 것 말고 나에게 더 큰 의미 있는 선물을 해 주고 싶었다.


요즘엔 나 말고도 힘든 사람이 너무 많은데 나는 항상 코로나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거의 입에 달고 사는 것 같다. 물론 소상공인인 우리도 매출이 바닥을 치고 상황이 좋지는 않다. 그래도 나는 먹고살만하지 않은가. 일이 바쁘지 않고 운동도 가지 못해 남는 시간에 브런치에 글도 쓰고 좋은 글 읽고 잘 지내지 않은가.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나는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큰 도움은 안되더라도 코로나로  힘든 이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방법이 없을까 싶었다.


우리가 속해 있는 재래시장에서 불우이웃 돕기 행사를 하면 물품을 기부하기도 하고 구세군 냄비에 지폐를 넣기도 했지만 직접 기부를 해본 적은 없어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인터넷으로 소액 기부를 검색해보니 네이버에 '콩 기부'라는 게 눈에 띄었다. 네이버 블로그를 하면 콩이라는 걸 주는데 그걸 모아서 분야 별로 올라와 있는 사연을 보고 담당 복지 센터에 기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물론 현금으로도 기부할 수 있었다. 나처럼 소액 기부를 하려는 사람에게 잘 맞는 것 같다. 사연을 찾아보니 어느 하나도 마음 아프지 않은 것이 없었다.


모두 다 도울 수는 없으니 마음이 쓰이는 곳 열 군데를 골라 만 원씩 10만 원을 기부했다. 더 많이 남을 도우며 사는 사람도 많고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말로만 힘든 사람을 도우며 살아야지 했던 내가 한 발짝 내딛을 수 있어서 정말 나에게는 값진 선물이 되었다. 나는 다른 이를 도우려는 것이었는데 오히려 내가 도움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다른 이를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나에게 작지만 값진 선물을 준 올해의 생일을 잊지 못할 것 같다. 50대를 살아가는 나를 위한 선물인 것 같다.


올해는 다들 코로나라는 예상치 못한 재난으로 힘들었고 지금도 계속 나쁘면 나쁘지 좋아지지는 않고 있지만 그래도 새해에는 나아질 거라 희망을 가져본다. 그리고 힘들었던 2020년에게 작별을 보내고 2021년을 기다리며 예전에는 그리 소중한 줄 몰랐던 너무나 소중한 일상이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올 한 해 모두들 너무 수고 많으셨어요.
새해에는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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