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 여행 3일째, 일정을 시작하기 전 조식을 먹기 위해 레스토랑이 있는 2층으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오른쪽에 위치한 조식당으로 들어가 여느 때와 같이 입구에 서 있는 직원에게 객실 키를 보여주었다. 까무잡잡한 얼굴에 십 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어린 흑인 여직원이 키를 돌려주며 또렷한 발음으로 말했다.
706호, 두 분 맞으시죠?
저쪽 좌석에 앉으시면 됩니다.
응?먼 타국에서 들리는 반가운한국말에 딸과 나는깜짝 놀랐다.한국인이 많은 호텔도 아닌데...
어머나! 한국말 정말 잘하시네요?
뭔가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어린 직원에게 물어보니...
열심히 공부했어요. ㅎㅎ
소녀는배시시 웃으며 수줍게 대답했다. 지금껏 배웠던 한국어를 써먹을 수 있어 자랑스러운 것 같았다.
대박! 한국어 발음이 정말 좋아.
눈 감고 들으면 한국인인 줄 알겠다. ㅎㅎ
저 정도로 익히기 쉽지 않았을 텐데... 요즘은 한국어를 잘하는 외국인을 TV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한국에서 가장 먼 유럽 포르투갈에서 유창한 한국말을 듣다니 정말 놀랍기만 했다.
이렇게 먼 포르투갈에도 한류 팬이 있나 보네.
혹시 BTS 팬일까?
한국인은커녕 동양인 손님도 별로 없는 호텔이라 한국어를 들을 거라 생각도 못했다. 왠지 신기하면서도 뿌듯한 기분도 든다. 이런 얘기를 나누며 아침을 든든히 먹고 다시 조식당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까 그 여직원이 뭔가할 말이 있는지 안절부절못하며 우리를 바라보았다.눈이마주쳐서 인사를 하니까 바로 다시 말을 걸었다. 한국 사람을 보니 그동안 배웠던 한국말을 자꾸 써보고 싶은가 싶어서 귀여워 보였다.곧 도착한 엘리베이터도 보내고 우리는 어린 여직원과 한참을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었다.
한국에는 언제 돌아가세요?
다음 주에 돌아갈 예정이에요.
저도 다음 주에 한국 여행 갈 건데...
코로나 때문에 걱정이에요. 많이 위험할까요?
글쎄...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
안 그래도 주위에서 말리는데 비행기랑 숙소 다 예약해서...
그리고 한국에 꼭 가보고 싶거든요. ㅠㅠ
작년 2월 말 당시 리스본은 한 명의 확진자도 없었지만 한국은 그야말로 난리가 난 상황이라 우리 생각에는 한국 여행이 위험할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한국에 꼭 가보고 싶었다며 그 소녀는 안타까워했지만 뭐라 더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다른 손님 때문에 곧 대화는 끊어졌고 우리도 다음 일정을 위해 객실로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