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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다 Oct 01. 2020

양가감정에서 벗어나기

# 마음에는 '그러나' 대신 '그리고'를 붙여주세요.

"걔 여자 친구 생겼대요. 
제가 화내니까 친구들이 아직도 미련이 남았냐고, 나쁜 놈은 잊으라고 그러네요.
미련은 아닌데, 제가 왜 이러죠?"



"분명 이 직무가 커리어에 도움은 되는데, 업무강도가 너무 세요. 상사도 힘들고.
동료나 사수한테 물어보면 원래 이 업계 다 그렇다는 말만 돌아오고. 
계속 다녀야 할지 고민이에요."



"상담을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요?"
"선생님은 제가 나아질 수 있다고 보세요?"



상담실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오늘도 할까 말까, 그만둘까 말까, 변할까 말까 고민하며 갈림길의 기로에서 헤맵니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거나 이것, 저것 둘 다 싫은데 좀 덜 싫은 걸 택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뿐입니까. 한 대상이 좋기도 싫기도 합니다. 제일 최악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둘 다 장점/단점이 너무 뚜렷해서 어느 것을 택해도 감정이 요동친다는 것입니다. 



변하고 싶은 마음과 현상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팽팽하게 서로 잡아당깁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술 때문에 가족 관계와 일상생활이 망가졌지만 끊을 수가 없습니다.

잦은 부부싸움, 자녀에게 폭발하듯 화를 내던 습관 때문에 아이에게 문제행동이 생겼습니다. 화를 멈춰야 하는데 매번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 그 마음 때문에 괴로운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바로 양가감정입니다.



양가감정은 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만 찾아옵니다. 

변화 직전에 내게 불편함과 불일치감을 일으켜서 어떤 방향으로든 내가 결정하도록 합니다. 

그러나 이 감정을 제대로 느끼는 일은 에너지가 들고 괴롭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이렇게 생각해 보다가, 저렇게도 생각해 보다가 그냥 생각을 그만둡니다.  


오늘은 A와 B 둘 중 어느 것을 택해도 가치 중립적인 선택 말고, 

변하는 것이 더 나은데 그렇게 못하는 사람들, 그들을 위한 글입니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보는' 과정, 함께 하실래요? 


 


1. 양가감정을 느끼는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것이 시작입니다.  


양가감정을 바라보기 위해서 필요한 태도가 있습니다. 

비난하지 않는 것입니다.

비난의 양에 비례해서 변할 수 있다면 차라리 쉬웠을까요?

변화를 바라지만 바라지 않기도 하는 이들은 이미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런 말은 하지 마세요. 


"왜 지금까지 결정을 못해서 이 모양이지?"

"왜 더 노력하지 않았을까?"

"어떻게 예전처럼 00 할 수가 있지?"


그동안 자신을 한심해하고, 못마땅해했다면 양 팔로 스스로를 좀 쓰다듬어 주세요.

옴짝달싹하지 못했던 과거를 용서해주고, 자신에게 제일 좋은 선택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으니 발견할 거라고 용기를 주시기 바랍니다. 

 




2. 양가감정을 바라보겠습니다. 


양가감정을 살펴보는 단계입니다. 

고맙게도 심리학자들은 양가감정을 다루기 위해 많은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양가감정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상담에 오지만 상담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동기강화상담'이라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양가감정을 탐색하는 방법을 전문적 용어를 쓰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소개해 보겠습니다. (<동기강화상담>, William R. Miller, Stepen Rollnick 저. p.173-193 참고)



A4 용지 하나를 놓고, 2 x 4의 표를 그립니다. 

가로축은 양가감정의 각 편을 적을 것입니다. 변하고 싶은 쪽의 언어와 변하고 싶지 않은 쪽의 언어를 구분 지어 쓸게요. 세로 축의 네 칸에는 양가감정의 여러 측면을 다각도에서 살펴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양가감정 살펴보기



운동하고 싶지만, 하고 싶지 않기도 한 저의 양가감정을 예시로 들겠습니다. 


운동하고 싶기도 하고, 하기 싫기도 한 양가감정


이 표를 작성하고 나서 살펴볼 것은 내가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어느 지점에 서 있는가입니다.

다음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세요.


① 변하고 싶은 마음을 100, 그 반대를 0이라고 할 때, 나는 지금 몇인가? 

② 나는 이 표에 나온 모든 감정을 인정하는가? - '그러나(but)' 대신 '그리고(and)' 붙이기. 



저는 이 표를 작성하고 나서

①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30이고, 


② 원하는 마음과 이유, 필요성은 잘 알고 있었지만 시작할 능력이 부족해서 엄두를 못 내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또, 변하지 않고 싶은 이유들을 그동안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쓰는 것이 어렵고 생소했습니다. 실은 변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대해 충분히 깨닫지 못했던 것입니다. 


 저는 변하고 싶지 않은 쪽의 목소리도 인정하고 표현해주기로 했습니다. '변하고 싶은데, 왜 안 변하니'가 아니라 '변하고 싶기도 하고, 안 변하고 싶기도 해'라구요. 우연하게도 표를 작성한 다음 날, 친구와 통화 중에 운동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친구는 저보고 너도 비실하니 운동 좀 해야 한다고 하길래 '운동이 필요한데 당장 내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다. 지금 시작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아주 당당하게요. 친구는 벙쪘지요. 보통 이런 주제는 운동 좀 해야지 - 그러게, 해야 하는데.  사이클의 반복이니까요. 


①-③의 과정을 마치고 당당하게 선언을 하고 나니 묘한 쾌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가벼워졌습니다. 

제 마음을 인정한 것의 대가입니다. 




3. 변하고 싶은 쪽의 목소리 더 키우기


변하고 싶은 열망/능력/이유/필요의 목소리가 커지도록 스스로 격려합니다. 

도움되는 방법 하나를 소개할게요. 


2-①번에서 질문한 내용을 기억하시나요?

변하고 싶은 쪽의 목소리 세기요. 저는 30이었습니다. 

30이니까 운동할 거라고 말만 하지, 하는 꼬라지를 볼 턱이 있나. -고 말하는 대신, 



왜 0이 아니고 30이지? 


라고 물어보았습니다. 


(1) 난 하고 싶은 일이 많거든. 주변에서 70 넘도록 일을 유지하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을 보았기 때문에 나도 그렇게 되고 싶어. 몸을 잘 돌보고, 튼튼하게 하는 건 그 기초야. 

(2) 예전에 땅끄**의 운동 유튜브를 보면서 열흘 동안 30분씩 운동을 따라한 적이 있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어. 내가 되고 싶은 사람(매일 운동하며 몸을 돌보는 사람)의 가치관과 일치하는 행동이었거든. 

.

.

.


이런 식의 이유가 나왔습니다. 

이유들을 찾을수록 변하고 싶은 마음은 탄력을 받습니다. 

변하고 싶은 마음 > 변하고 싶지 않은 마음, 이 비율이 커질수록 변합니다. 









양가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변화하고 싶은 쪽 목소리를 더 키우는 작업을 계속 해야 합니다.

이 과정의 성공비법은 양가감정을 인정하면서도, 변하고 싶은 쪽 목소리가 더 우세해 지도록 부드럽게 밀어주는 것입니다. (드럽게 말고, 부드럽~게요!)



현재 운동해야겠다는 제 마음과 관련지어 보자면 전 변하고 싶은 마음이 32 정도 됩니다. 

위의 과정을 하고 나서 2만큼 운동하는 일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갈 길은 멉니다. 

앞으로 변하고 싶은 열망/능력/이유/필요의 목소리를 좀 더 찾아볼 생각입니다. 

운동을 습관으로 정착시키는 데에 성공하면 관련 글 하나 더 쓸게요. (무모한 도전) 



양가감정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여러분, 

마음을 다그치지 않으면서 변할 수 있습니다. 

감정을 외면하지 마시고 마음에 '그러나' 대신 '그리고'를 붙여 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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