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 출렁다리가 많이 생겼다. 지자체마다 지역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만드는 것 같다. 경기도에 있는 산 중에서 운악산을 비롯해 화악산, 관악산, 감악산, 송악산을 경기도의 5악이라고 부른다. 이 중에서도 운악산은 경기도의 소금강이라고 불릴 만큼 빼어난 경치를 보여준다.
너무도 오래 전이라 어떻게 인연이 되었는지는 기억에서 지워졌지만, 대략 50년 전에 운악산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러고는 그 긴 세월 동안 운악산을 까맣게 잊고 지냈다. 느닷없이 처음 인연을 맺었던 운악산 현등사가 보고 싶어 자료를 검색하다가 운악산 출렁다리를 알게 되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는 법이다.
운악산 출렁다리는 현등사로 가는 길에 있어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다. 운악산에 가던 날은 장맛비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래도 잔뜩 찌푸려 있던 하늘에서는 기어이 비를 뿌렸지만, 보슬비 정도여서 오히려 운치를 더해주었다. 이런 날씨 덕분에 운무 가득한 운악산은 마치 한 폭의 동양화 같은 매력적인 경치를 보여주었다.
운악산 출렁다리에서 보는 경치 역시 최고의 멋스러움과 함께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장마철이어서 그런지 등산객이나 관광객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없다 보니까 출렁다리도 개점휴업 상태처럼 텅 비었다. 텅 빈 출렁다리를 보고 처음에는 장마철이라 이용을 금지한 게 아닌가 하는 불안한 생각을 했었다.
운악산 출렁다리는 등산로 입구 주차장에서 약 1.5km 떨어져 있다, 운악산 등산로는 시작부터 초지일관 오르막으로 되어 있지만,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울창한 숲과 함께 장맛비로 수량이 차고 넘치는 계곡의 멋진 경치를 보면서 걷다 보면 어느새 도착한다.
출렁다리는 길이가 210m이고, 폭은 1.5m이다. 한눈에 보아도 튼튼하기에 그지없다. 다리 밑에서 보면 가운데 부분이 휘영청 늘어져 있어 멋스러우면서도 스릴을 느낄 수 있는 기대감을 잔뜩 높여주었다. 아무도 없는 출렁다리를 혼자 독차지하고 걷는 게 왠지 미안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허공을 걷는 만족스러움과 함께 운무에 쌓인 운악산 경치에 빠져들었다. 이럴 때의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한마디로 로또 맞았다.
출렁다리 가운데에서 몸을 앞뒤로 돌려가면서 올려다보는 경치에 감탄하고 내려다보는 경치에 탄성이 나왔다. 어느 유명한 화백이 그려놓은 산수화 속의 주인공이 되어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듯했다. 이런 경치가 무릉도원의 선경이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옥에도 티가 있을 수 있다. 운악산 출렁다리는 뭐하나 나무랄 데 없이 다 좋은데, 출렁다리라는 이름에 걸맞은 출렁거림은 떨어졌다. 여러 사람이 함께 건너야 사람들의 무게로 출렁거림이 생기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혼자여서 그런지 아슬아슬함에서 오는 짜릿한 즐거움은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방문객들의 안전을 고려하고 또 고려했을 거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크게 들지는 않았다.
출렁다리가 너무 많아져서 희소성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다. 어느 곳에 있는 출렁다리라도 그 나름의 멋진 풍광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멋진 경치는 어느 위치에서 또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같은 듯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출렁다리에서 보는 경치는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정말로 오랜 세월을 지나 보내고 운악산을 찾았다. 언제 또 운악산을 찾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래도 운악산 출렁다리에서 본 운무 가득한 운악산 경치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