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기억을 간직해
양쌤의 another story 50
1층에 서 있는 엘리베이터를 못 본척하고 계단을 오르는 건 생각보다 결심이 필요하다.
우리 집은 5층도 11층도 아니고 27층이니까.
오랜만에 오르는 계단.
아직도 그 스티커가 붙어 있을까?
12층과 13층 사이였던가?
짜잔~
유리창이 더럽... 비가 한바탕 퍼부어야 해결이 되겠다. 하하, 아직도 잘 붙어있다.
누군가가 떼다가 포기한 것 같은 모습 그대로.
이렇게 반가울 수가.
흰색이었을 부분들이 거의 흙색이 되었다는 것만 빼고.
자세히 보면 글자가 보인다.
14~15쪽에 붙이세요.
30쪽에 붙이세요.
14~15쪽에, 30쪽에 붙인 스티커는 무엇이었을까?
포켓몬 그런 건가?
뚫린 구멍으로 밖을 보았다.
아파트와 초록이들과 하늘과 구름이
쌍안경의 동그란 렌즈로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난데없이 '인크레더블'의 검정 마스크가 생각나는 건 뭐지.
처음 발견했을 때가 5년 전이었나?
버려야 할 것들을 유리창에 붙이며 얼마나 신났을까?
까치발을 하고 붙이고는 나처럼 그 구멍으로 하늘을 바라봤겠지.
스티커가 빠져나간 자리를 꽉 채운 몽실몽실한 구름과 하늘.
역시 확대는 옳지 않다.
지금은 몇 살이 되었을까?
아직 여기 살고 있을까?
네가 살았던 동네, 이 아파트는 기억하지 못해도
그날의 즐거움을 기억하길 바래.
한없이 엉뚱하고 신났던 그때의 너와 그 시간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