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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wa Jul 11. 2023

그날의 기억을 간직해

양쌤의 another story 50

1층에 서 있는 엘리베이터를 못 본척하고 계단을 오르는 건 생각보다 결심이 필요하다.

우리 집은 5층도 11층도 아니고 27층이니까.


오랜만에 오르는 계단.

아직도 그 스티커가 붙어 있을까?

12층과 13층 사이였던가?


짜잔~

유리창이 더럽... 비가 한바탕 퍼부어야 해결이 되겠다.

하하, 아직도 잘 붙어있다.

누군가가 떼다가 포기한 것 같은 모습 그대로.

이렇게 반가울 수가.

흰색이었을 부분들이 거의 흙색이 되었다는 것만 빼고.

자세히 보면 글자가 보인다.

14~15쪽에 붙이세요.
30쪽에 붙이세요.


14~15쪽에, 30쪽에 붙인 스티커는 무엇이었을까?

포켓몬 그런 건가?

뚫린 구멍으로 밖을 보았다.

아파트와 초록이들과 하늘과 구름이

쌍안경의 동그란 렌즈로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난데없이 '인크레더블'의 검정 마스크가 생각나는 건 뭐지.



처음 발견했을 때가 5년 전이었나?


버려야 할 것들을 유리창에 붙이며 얼마나 신났을까?

까치발을 하고 붙이고는 나처럼 그 구멍으로 하늘을 바라봤겠지.

스티커가 빠져나간 자리를 꽉 채운 몽실몽실한 구름과 하늘.


역시 확대는 옳지 않다.


지금은 몇 살이 되었을까?

아직 여기 살고 있을까?


네가 살았던 동네, 이 아파트는 기억하지 못해도

그날의 즐거움을 기억하바래.

한없이 엉뚱하고 신났던 그때의 너와 그 시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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