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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wa Jan 04. 2024

어떤 키워드가 떠오르시나요?

 여섯 살부터 피아노를 쳤지만, 피아노 학원에선 음악가들에 대한 어떤 설명도 찬사도 들은 바가 없었다.

 가끔 벽에 쭉 걸려 있는 그들의 사진과 이름을 맞추어 보았다.

 바이엘이 끝나면 체르니, 부르크뮐러, 하농, 모차르트, 바흐, 베토벤, 하이든, 슈베르트, 쇼팽...

 갈수록 뭔가 폼나는 곡을 치게 되는 것 같긴 했다.      

 

 9년 동안 다니던 피아노 학원을 그만두고 난 뒤, 교과서에서 그들을 다시 만났다.

 여전히 그들은 미지의 존재들이었다.

 누가 쿡 찌르기라도 하면 음악의 아버지는 바흐, 음악의 어머니는 헨델,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 악성 베토벤, 가곡의 왕 슈베르트, 피아노의 시인 쇼팽이라고 줄줄 읊을 수는 있었지만 그게 다였다.

 예전에 연주했던 피아노곡들을 통해 고전주의와 낭만주의의 차이 정도는 감 잡았지만, 바흐와 헨델의 음악이 그들을 음악의 아부지와 어무니로 만들 정도의 대단한 것인지는 몰랐다.

 그때는 궁금하지도 않았고 묻지도 않았고 말해주는 선생님도 없었다(내가 기억을 못 하는 것일까).     

 

 그때로부터 아주 한참이 지나고 나서 책과 영화와 TV 프로그램 등을 통해 그들의 작품 속에 녹아든 삶과 음악에 대한 열정과 노력과 고뇌를 알게 되면서 왜 그런 대단한 수식어들이 붙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얄팍하게 아는 척할 수밖에 없는 클래식 초보다.

 

 

 그런데 우연히 도서관 이벤트로 만난 책 <스토리 클래식>은 클래식 음악에 대한 마음을 출렁이게 했다.

 천재 음악가들의 사적인 삶을 키워드 중심으로 풀어놓고 대표작뿐 아니라 그들 삶의 중요한 순간과 연결된 작품들을 QR코드로 수록하여 음악을 들으며 그들의 자취를 따라가다 보니 관심 이상의 애정이 생겨났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음악가들뿐 아니라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음악가들조차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나니 너무나도 당연하게 그들의 음악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들의 삶이 그들의 음악처럼 아름답고 매력적이고 추앙받을 만하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그래서 그들의 음악이 지금까지 클래식으로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멘델스존, 리스트, 바그너, 브람스, 차이콥스키, 푸치니, 드뷔시, 라흐마니노프는 이 책을 통해 재발견한 음악가들이다. 책 읽다가 QR코드로 음악 듣고 듣다가 마음에 들면 다운로드하고 그러다 보니 밤이 한참 깊었다. 자야 하는데...      


 ‘키워드’에 꽂혀서 잠이 안 왔다. 음악적 평가에서 나온 키워드가 아닌 그들의 사생활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보다가 나에 대한 키워드를 생각하게 됐다.

 - 나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어떤 단어가 떠오를까?

 - 나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키워드와 남이 생각하는 키워드가 얼마나 일치할까?

 - 일치하면 기분이 좋을까?

 - 일치하면 나는 솔직하게 사는 걸까?

 … …

 이런 생각 길게 해 봐야 잠만 더 안 온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키워드를 생각했다. 조금은 그런 것 같기도 한.

 ‘잘 웃는 웃기는 사람’ 

 나는 이렇게 살란다. 그럼 그렇게 생각들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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