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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wa Jan 09. 2024

내 몫을 줄이며 살아가는 삶

  ‘나이가 들수록 내 몫을 줄이면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는 지인의 말이 너무 멋있어서 얼른 메모했다.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야 한다거나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질리도록 주고받았는데 오랜만에 간결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말이었다.

 

 그녀의 몫이 무엇이든 충분히 누려도 될 나이일 뿐 아니라 받아도 괜찮을 만큼 잘 살아온 사람임이 분명한데 자신의 몫을 줄여가겠다는 목소리는 참 담담했다. 카랑카랑한 쇳소리가 아니라 낮고 둥글고 따뜻한 종소리 같았다. 

 

 나는 그녀가 정말 잘 나이 들어가고 싶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참을 줄 아는 사람, 조언이란 핑계로 가르치려 들지 않는 사람, 있는 듯 없는 듯하지만 존재만으로 든든한 사람, 때론 창이 되어 기꺼이 날아가 옳고 그름의 경계를 지을 줄도 아는 사람, 연륜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 수 있는 사람, 가볍지만 우스워 보이지는 않는 사람, 열정은 지니되 욕심은 내지 않는 사람, 겉과 속은 달라도 앞모습과 뒷모습이 같은 사람, 그런 사람으로 인생의 후반부를 살아가고 싶다는 뜻으로 읽혔다.

 

 말이 쉽지 실천은 어려운...

 자꾸만 나서는 입과 마음을 붙드는 게 어디 그렇게 쉽냔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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