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고나가 먹고 싶은 밤, 그런 밤은 달고나를 먹던 그 좁은 골목이 그리운 날이다.
좁은 골목 연탄불 앞에 쪼그려 앉아 열심히 설탕을 녹이던 어린 내가 보고 싶은 날이다.
소다를 넣고 저으면 금세 노랗게 부풀어 오르던 달고나를 나무 막대기로 휘휘 돌려 뜯어먹으며 즐거워하던, 내일 일 따위는 안중에도 없던 그때가 그리운 밤이다.
늦은 밤 소파에 널브러져 TV를 보다가 나는 갑자기 일어난다.
달고나용 국자 대신 시장에서 싸게 사 온 국자를 꺼내 밥숟가락으로 하나 하고 반 설탕을 넣는다. 연탄불 대신 가스불인 것이 아쉽지만 괜찮다. 대나무 막대기 대신 컵라면 젓가락으로 가장자리부터 조금씩 젓는다. 남편이 탄내 난다고 구시렁거린다. 그러든지 말든지 설탕이 투명해지면 소다 봉지를 열어 조심히 콕 찍어 휘젓는다. 소다를 한 번 더 넣으면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는 달콤 쌉싸름한 나의 소울 푸드 완성이다.
판에 달고나를 힘껏 내쳐서 둥그런 누름판으로 꾹, 모양틀로 또 꾹 누른 둥글납작한 달고나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나는 국자째 들고 막대기로 떠먹어야 제맛이다. 굳으면 살짝 가스불에 올렸다 미끄러지는 달고나 조각들을 막대기로 싹 긁어먹어야 제대로 먹는 거다. 그런데 아무래도 달고나라는 말로는 느낌이 모자란다.
오리떼기. 오리떼기, 그래 이렇게 말해야 진짜 제대로지.
오리떼기. 내 고향에선 달고나를 이렇게 말했다. 결혼해서 350km나 떨어진 이곳에 오니 아무도 오리떼기를 몰랐다. 땡초를 모르는 채소가게 아저씨 때문에 매운 고추를 못 사고 집에 갔던 사건 이후로 몇 년 간 묵언수행을 했던 새내기 주부 시절, 오리떼기에 공감해 주는 사람 하나 없어 어찌나 외롭던지.
지금은 문 닫고 들어오면 사투리 작렬, 문 열고 나가면 서울말 작렬, 내가 말하지 않는 한 아무도 내가 경상도에서 온 줄 모를 뿐 아니라 그랬던 내가 동화구연 강사를 하고 있으니... 푸하하하 OOWA 인간승리!
글을 쓰다 보니 오리떼기가 무지하게 땡긴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다 지방간, 콜레스테롤 느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