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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wa Jan 31. 2024

1%의 친구들

 매주 하는 월요 모임에서 '삶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란 글로 나눔을 했다.

You lose 99% of your friends if you start upgrading your life.

 

 불편한 진실 일곱 가지 중 글을 나는 이렇게 받아들였.

 현재의 삶업그레이드하려 자신에게 집중할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친구들과 멀어지게 된다. 뒤집어 말하면 많은 친구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려다가 더 나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시간과 에너지가 모자랄 수도 있다.

 그럼 남은 1%의 친구들은 내가 필요한 사람, 내게 도움이 되는 사람들인가. 친구가 내 발목을 잡기도 하고 친구 덕분에 성장하기도 하는 건데 더 잘 살아보겠다고 친구들을 다 잃어버리느니 그냥 이대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것 같았다. 돌고 도는 인생, 주거니 받거니가 안 돼도 돌고 돌다 나에게 다시 돌아오는 게 인생인데 99%의 친구들을 잃으면서까지야...


 그런데 모임의 리더인 E는 이 글을 이렇게 해석했다.

 부분의 친구들은 우리가 더 발전하고자 노력하는 것을 응원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시기한단다. 우리의 그런 모습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친구는 1% 정도일 뿐이라 다. 음? 음... 그런 이야기인가... 그렇구나.

 그런데 1%라니 좀 충격이다. 고작 1%뿐이라고?


 오래전에 엄마가 말씀하셨다. 

 의 소망이나 계획에 대해 주위 사람들에게 너무 자세히 이야기하지 마라. 진심으로 응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더 .

 엄마는 딸내미가 속에 담아놓을 것도 없이 누가 옆구리 살짝 찌르면 술 말해버려서 될 일도 안 될까 걱정하셨던 것이다.

 그래,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했다. 남도 아니고 사촌이 땅을 샀는데도 말이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위로해 주는 친구도 좋은 친구지만 기쁜 일이 있을 때 배 아파하지 않고 진심으로 같이 기뻐해주는 친구는 참 좋은 친구다. 더 앞으로 나아가고자 애쓰는 친구에게 도움을 주고 관심을 가져주고 응원해 주는 친구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그런 친구들이 나에게도 많지 않겠다는 생각, 나 역시 모든 친구들에게 그렇지 않았단 생각이 들었다. 초치는 소리를 하기도 듣기도 했던 것 같고, 영혼 없는 격려를 주고받기도 했던 것 같다.


 그림책 수업에 오시던 나이 지긋한 수강생이 한 번은 이렇게 푸념했다.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는데 친구들이 나이 들어서 그런 걸 왜 하냐고 편히 살라며 쓸데없이 힘들게 산다고 박을 다. 새삼스럽게 공부를 한다고 유난을 떨었나 싶다며 친구들에게 괜히 말한 것 같다고 하셨다.

 "부러워서 그러시는 걸 거예요. 도전하시는 모습이 너무 멋있으신데요."

 일흔의 나이에도 변함없는 열정과 총기와 건강으로 늘 새로운 일에 도전 중이니 살짝 시기하는 마음이 깔려있었던 게 아닐까. 무엇보다 열정을 간직하고 있는, 그래서 마음이 늙지 않는 그녀가 부러웠을지 모른다. '멋있다' '잘한다' 응원의 말을 해주었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친구들의 서운한 말들은 그녀를 의기소침하게 만들었다.


 정말 1%의 친구들 뿐인 걸까? 하긴 2%나 3%면 뭐 하나 역시 소수의 사람들뿐인데. 이런 진실 불편하다 참.

 그런데 생각하다 보니 불편하거나 씁쓸한 진실이 아닌 것 같다. 소수 정예. 내 곁엔 항상 소수 정예의 친구들이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든든해진다. 학원 광고에서나 보았던 그 소수 정예! 뭔가 한 건 할 거 같은 소수 정예의  친구들이 서로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고 도와주고 '잘한다 잘한다' 칭찬하다 보면 아주 대단하지 않아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 수 있겠다 용기가 난다.

 그래 1%면 충분하다. 100%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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