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끼자, 박카스 광고
"태어나서 가장 많이 참고 배우며 해내고 있는데, 엄마라는 경력은 왜 스펙 한 줄 되지 않는 걸까?"
- 나를 아끼자, 박카스 -
2018년 내게 참 강렬하게 다가왔던 박카스 광고의 문구이다. 이 광고에서는 두 형제의 엄마가 애써서 아이를 목욕시켰는데, 씻자마자 얼굴에 낚서 하는 아이들을 보며 엄마가 아빠에게 등짝 스매싱하는 영상을 비춘다.
2018년 봄에 나는 어여쁜 딸을 출산했다. 그래서인지 광고에서 최선을 다하는 엄마의 모습이 더 두드러지게 인상에 남은 것 같다. 경력단절 여성은 국가 정책에서 그리고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사회적 이슈이지만 여전히 보완되기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생각이 나서 유튜브에 '박카스 광고'를 검색해서 보았다. 이전에는 '엄마라는 경력은 왜 스펙 한 줄 되지 않는 걸까?'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에는 '태어나서 가장 많이 참고 배우며 해내고 있는데'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사실 그렇다.
나는 육아와 집안일을 업으로 하고 있는 전업맘인데, 육아를 전념해서 하는 일이 그 어떤 직장에서의 일보다 많이 참고 많은 배움이 있는 분야라는 것을 안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다. 오늘 아침 꾸물꾸물 준비에 임하는 다섯 살 딸에게 버럭 화를 냈다. 한 동작에서 한 동작으로 넘어가는 일이 그리도 어려운 일인가. 거기에 해야 하는 말은 어찌나 많은지. 시계를 보며 초조한 엄마의 마음은 몰라준다며 화가 났는데, 또다시 '다섯 살 딸에게 무엇을 바라는 거야 대체'라며 나를 '워워'시켰다.
빨리 가야 할 직장도 없는데, 그저 내가 좀 더 읽고 싶은 책 편하게 보려고 오늘 아침도 아이를 재촉했다. 다섯 살 아이가 무얼 안다고..
육아는 장기전이고 집안일은 단기전이다. 이 둘이 공통점이 있다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정말 어렵다는 것이다. 아이가 잘 자라는 것을 측정할 길이 없다. 사실 애매하다고 이야기하는 게 더 맞다. 무엇으로 측정할 것인가? 키로 성적으로 인성으로 행복으로 측정할 것인가? 아이를 잘 기르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갖고 오랫동안 기다리고 노력해야 한다. 집안일은 오래 걸리는데, 돌아서면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렇다고 안 하면 난리가 나는 그런 고된 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절망적일 필요는 없다. 나에게 맞는 최적화된 방법으로 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육아를 즐겁게 하기 위해 '홀로 시간'을 퀄리티 있게 보내려고 한다. 아이를 만나기 전까지 최대한 나의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으로 말이다. 집안일은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물건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필요하지 않은 것은 과감하게 처리하는 일이며, 다른 방법으로는 좋아하는 팟캐스트나 음악을 들으며 하는 것이다. 평소 팟캐스트 들을 여유가 없다면, 집안일을 할 때 듣는 것을 추천한다. 찰떡이다.
오늘은 아이의 방학식이다. 열흘간 방학은 또 어떻게 재밌게 채울까. 아직 내게는 한 시간 반의 자유시간이 남았다. 소중히 보내고 만날게. 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