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맞은찌양
평온한 감정을 유지하며 살고 있는 듯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어느 날은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심지어는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날도 있었다. 혼자 잘 살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보여주고자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으면 하루를 못 넘기는 관계에 의지적인 사람이었다.
이런 나의 변덕과 흔들림을 누가 알고 있으리.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오만하고, 써 내려가는 글은 방정맞다. 나의 기록으로써의 글을 마주하면 오만함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또렷하게 보이니 글을 보는 것이 거북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글을 쓰지 않게 되었다. 적어도 내 생각을 어딘가에 공개하지는 않았다. 방정맞은 표현들은 혼자만 볼 수 있도록 꼭꼭 숨겨두고 그대들에게는 점잖은 것만을 보여주리.
매주 블로그에 일상 기록을 올린다. 블로그에는 가능한데 브런치에는 왜 안 된다고 생각했을까. 브런치는 조금 더 의미 있고 깊은 내용을 다뤄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재단했나 보다. 내가 글을 쓸 수 있도록 제공된 공간이라는 점에서는 다른 점이 없는데.
가벼움을 지향하면서 사소하다 버려버린 글들이 메모장 한 가득이다. 그 안에서 가려내기에는 양이 방대하여 공유하고자 한다. 작가가 되고자 브런치를 찾았지만, 막상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 '작가'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사사로운 생각들을 여러분과 공유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공유자로서의 찌양은 다소 방정맞다.
그나저나
방정하다는 '方正' 이렇게 쓰고요. 의미는 '행실이 바르고 점잖다'랍니다. 방정맞다고 하면 '점잖지 못하고 촐랑대다'인데 말이에요. 이렇게 의미가 달라지다니요.
요즘은 부정적인 의미라고 생각했던 단어를 사전에 검색해보면서, 그 의미가 썩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오늘부터 좀 '방정맞은' 사람 하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