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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희 Jan 26. 2023

굳은 뜻은 어디로 가고

바람도 없는데 갈대가 흔들린다

운전연수에 관한 거창한 포부를 남편에게 밝혔다. 남편은 말렸다. 


부산에서 운전할 수 있겠어요? 여기 길이 어떤지 알잖아요, 사람들이 어떤지 알잖아요. 혹시라도 어린아이라도 다치면, 죽으면, 그 후회를 감당할 수 있겠어요? 


남편은 정확히 이제껏 내가 운전을 하지 않은 이유를 콕 집었다. 내가 혹시라도 어린아이를 다치게 할지도 모른다는, 절대 그러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또 조심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능성이 0%가 되지 않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하지만, 지금은 멈춰서는 안 된다. 마음먹었을 때 밀어붙여야 한다. 그러자, 2차 공격이 들어왔다. 


당*마켓에서 개인 연수를 구해보겠다고요? 그 사람이 강사 자격은 있는 거예요? 이상한 사람, 성범죄자라도 나오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겁도 없이 어떻게 모르는 사람한테 배워요? 


틀린 말은 없다. 하지만 운전면허학원은 멀기도 멀고, 우리 차로 연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비싸기도 비싼데. 


자기 전에 찬찬히 생각했다. 남편의 의견을 모두 무시할 수는 없다. 남편의 허락을 구하려던 건 아니지만 의견을 구하려던 건 사실이니까. 그렇다면 내가 사고를 내서 사람이, 아이가 다칠 가능성은 감당할 수 있을까? 


한 해 일어나는 사고건수는 20만 건 정도 된다. 부상자는 30만 명 정도 되고, 사망자 수는 해마다 줄어들어 작년에는 3천 명이 안 된다. 유형별 사고를 가려보면 어린이 보행사고는 2451건,  스쿨존 내 어린이 사고가 523건이다. 어린이 보행 사상자를 찾아보기 위해 도로교통공단 TAAS 홈페이지를 찾았다. 어린이 교통사고 관련챕터에서 주야별 어린이(12세 이하) 보행 사상자 섹션으로 들어가니 사망자수 10, 부상자수 2529라고 되어 있다. 


민식이 법과 관련하여 너무 자주 어린이 보행 사고에 대해서 접해서 그렇지 생각보다 어린이 보행 사고는 많지 않았다.(물론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더 좋겠지만) 내가 정말 조심, 정말 또 조심한다면 사고의 위험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 감당하자. 내가 사고를 낼 위험을 감당하면서 살자. 모든 운전자들이 그러는 것처럼. 


당*마켓에서 개인적으로 운전 연수 교육을 받는 것에 대하여는 남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운전면허학원의 연수 교육을 받기로 했다. 왔다 갔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우리 차로 연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비싸기도 비싸지만 그렇게 하자. 


다음 날, 운전면허학원에 전화를 걸어 운전연수교육을 받을 수 있나 물으니 받으려면 2월 말, 3월은 돼야 한단다. 지금은 아침 8시, 저녁 6시 반 시간만 강의가 가능하다는데 그 시간은 너무 이르고, 너무 늦지 않은가. 당장이라도 배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발갛게 달궈진 인두에 찬물 쏵 뿌린 것처럼 치지지직 소리를 내며 파사사삭 식었다. 


쉽지 않구나. 관성을 깬다는 것은. 3월에 교육을 받을지, 어떻게 될지, 두고 보자. 

내 운전 도전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다.  


사진: UnsplashYehor Milohrodsk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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