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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희 Oct 19. 2023

삼스카 처방받다!

 3개월 전 진료 때 사구체 여과율이 91이었다. 91! 90 이하면 삼스카를 보험적용해서 처방받을 수 있는데! 교수님이 아쉬워했다. 나는 신장 크기를 구분하는 메이요등급이 1D인지라 신장 수치는 현재 정상이라도 나중에 나빠지기 시작하면 빠른 속도로 나빠질 확률이 높다. 그래서 교수님은 내가 일찍 삼스카를 복용해서 신장 크기가 증가하는 걸 늦추고 싶은데, 하필이면 91이라 답답하신 것 같았다.

 원래는 6개월마다 건강검진을 했지만 이번에는 3개월 후에 만나자고 했다. 나는 진료 전날 짠 음식을 먹고 아침에 물을 많이 마시지 않고 혈액검사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사구체 여과율이 내려갈 테니.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날이 오늘이다. 어제 정말 오랜만에 치킨을 사 먹었다. 나는 신장질환도 있지만 자궁질환도 있어서 평소에 겪는 증상이 많다. 통증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내가 이번에 시도한 건 식이요법이었다. 밀가루, 설탕, 유제품, 튀김 먹지 않기. 칼 같이 안 먹지는 않는다. 만두랑 랩 샌드위치 같은 건 먹는다. 하지만 식빵, 밀가루 빵은 안 먹는다. 과자, 아이스크림은 안 된다. 전은 가끔 먹지만 기름 속에 푹 담겼다가 나온 튀김은 안 먹는다. 그래도 오랜만에 가족이 모인 자리, 특별할 때는 탕수육 몇 점 먹는다. 뭔가 허술한 식이요법이다.(내가 좀 허술하다. 뭔가 현무암 재질이랄까.) 

 어쨌든 식이요법을 시작한 이래로 별 재미없는 삶을 이어오다가(나는 먹는 것에서 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다) 어제 오랜만에 치킨을 먹었다. 오랜만에 먹는 치킨은 맛있었지만 좀 짰고, 건강할 수만 있다면 안 먹고살아도 괜찮을 정도의 맛이었다. 어쨌든 다음날 사구체 여과율이 90 아래로 나와야 한다는 핑계로 열심히 먹었다. 영 짰던지 치킨 먹은 후에 물을 1리터 정도 마셨다. 


 그리고 오늘, 사구체 여과율이 85가 나왔다! 교수님은 그 결과를 보면서 젊은 사람이 이렇게 확 나빠지면 안 되는데 하고 걱정스럽다고 말씀하셨다.(나는 만38세다) '어제 치킨 먹고 잤는데요'라고 말하려다가 참았다. 앞으로 안 먹을 거니까 괜찮다. 이번에는 삼스카를 처방받을 수 있는 요건을 충족해서 처방받았다.

 삼스카를 복용하며 진행할 진료기록을 외부에 공개한다는 동의서에 사인을 하고(이렇게 들었는데 정확하지 않다) 부작용에 관해 설명을 들었다.(설사나 두통 같은 흔하지 않은 부작용과 간수치 상승처럼 꽤 빈번한 부작용) 쉬는 날부터 복용을 시작해 보라고 했다. 아침 7시, 오후 3시에 복용하고 목마를 때마다 물을 마시고, 1개월 후에 혈액검사를 해서 간수치나 별다른 이상이 없는지 체크 후에 복용량을 늘리자고 했다. 


 삼스카를 복용하면 드물게 신장 크기가 줄어드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커지는 속도를 늦추는 정도라고 했다. 신장 투석하는 시기를 5년 정도 늦추는 게 목표라고. 나는 메이요 등급 1D이기 때문에 50대 초반에 투석할 확률이 높은데 투석 시작시기를 50대 중반, 60대 초반으로 늦추는 게 삼스카의 목적이라고 하셨다. 그럼 평생 먹어야 하는 약인가? 그걸 물어본다는 걸 깜빡했다. 간수치만 이상 없으면 그럴 거 같은데, 모르겠다. 내 몸이 어떨는지. 


 오늘은 목요일이라, 토요일부터 복용을 시작해볼까 한다.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자주자주 글을 남기겠다. 다낭신인 분들, 삼스카를 복용하는 분들 다들 함께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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