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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희 Jan 26. 2023

2023년 상반기 정기검진

다낭신 정기검진을 다녀왔다. 이 추운 날, 꽁꽁 싸매고 어두운 아침을 헤치면서 지하철을 타고, 버스로 갈아타고 1시간 반 걸려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아침 9시였는데 채혈실로 가니 내 대기번호가 178번이었다. 아침 9시에 178명이 이미 채혈했거나 기다리는 중이었다. 채혈, 소변 검사를 마치고는 인고의 시간을 견뎠다. 10시가 되고, 11시가 되고, 이제 곧 12시가 되겠구나 할 때 드디어, 나는 진료실로 들어갔다.


크레아티닌 수치가 지난번에는 0.55였는데 이번에는 0.66이라고 높아졌다고 했다. 정상범위인데 뭐 이 정도야 왔다 갔다 할 수 있지 않나라고 혼자 속으로 생각했는데 교수님은 신경을 쓰셨다.

나는 신장 크기는 D에 가까운 C 단계(A에서 E로 갈수록 나쁜 것), 신장 기능은 1단계 수준(1에서 5로 갈수록 나쁜 것)이다. 유럽이었다면 신장 크기만으로도 삼스카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신장 크기와 기능을 둘 다 보기 때문에 삼스카를 보험 적용받을 수 없는 상태라고 하셨다. 아쉬워하셨다.


올해 들어 다낭신이 산정특례 적용이 되어 삼스카 한 달 복용 비용이 30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줄었는데, 비보험으로 복용하려면 90만 원이라고 했다. 어휴, 비싸네요,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신장 크기가 더 커진다고 한들 할 수 있는 치료가 없으니 앞으로 CT 촬영은 하지 말고 채혈검사, 소변검사를 꾸준히 하면서 나빠진다 싶으면(사구체 여과율이 90을 내려간다 싶으면) 때를 놓치지 말고 바로 삼스카를 복용하자고 하셨다.


그간 시달린 증상들을 말했다. 무기력함, 식사량이 많이 줄어든 것, 피곤함. 식사량이 많이 줄어든 것은 내 신장 크기가 워낙 크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하셨다. 하지만 무기력함, 피곤함은 우울증 때문이 아닌가 의심하셨다. 우울증이 있긴 한데. 다낭신 때문에 일어나는 증상으로는 안 보인다고 하셨다. 우울증인가. 우울증 때문인가.


집에 오는 길, 버스 정류장에서 마스크를 내리고 그릭볼을 먹었다. 채혈검사하느라 어제저녁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않아 배가 고팠다. 버스 정류장을 서성거리는 이들은 다 병원에 다녀온 사람들일 테고, 아침에 검사받느라 오후 1시가 되도록 아무것도 못 먹은 나를 이해해 주리라 생각했다. 꼭꼭 씹어먹으면서 생각했다. 우울증인가. 우울증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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