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알라 예찬 - 순종

느리게 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잠언시

by 김혁

순종




어느 날

태어나 보니

코알라더라고요.


왜 사자나 코끼리나

기린이나 캥거루가 아닌지

원망스럽지는 않았어요.


지금처럼 이렇게

코알라로 사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으니까요.


살아있다고 해서

특별히 좋거나 기쁘지도 않고

죽음이 곧 닥쳐온다고 해도

슬프거나 두렵지 않아요.


그저 덤덤하게

운명을 받아들이며

묵묵히 살아갈 뿐이지요.


도대체 왜 사는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지구 종말 시계가 이제 겨우

100초 남은 건 본능적으로 알지요)


그리고 진짜 무지개는

저 하늘 위가 아니라

가슴속에서 뜨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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