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알라 예찬 - 고독한 미식가

느리게 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잠언시

by 김혁

고독한 미식가




평생을

한 종류 나뭇잎만

줄기차게 씹어 먹으면서


살아간다고 해서

우리를 불쌍하거나 딱하게

여기는 건 아니겠지요.


유칼립투스 나무도

알고 보면 매우 다양하고

철따라 맛이 다르기 때문에


날마다 새로운 나뭇잎을

씹고 맛보고 즐기느라

싫증이 날 틈이 없거든요.


맛있다고 이름난 음식만

파리 떼처럼 쫓아다니며

온갖 소란을 피워대는 건


음식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진정한 맛이 무언지도 모르는

사이비 미식가일 뿐이에요


(지금 인간들이 먹방에 열광하는 건

파리 떼에게 속아 넘어간 때문이죠)


맛없고 거친 음식이라도

늘 행복하게 즐기는 우리야말로

진정 고독한 미식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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