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잠언시
고독한 미식가
평생을
한 종류 나뭇잎만
줄기차게 씹어 먹으면서
살아간다고 해서
우리를 불쌍하거나 딱하게
여기는 건 아니겠지요.
유칼립투스 나무도
알고 보면 매우 다양하고
철따라 맛이 다르기 때문에
날마다 새로운 나뭇잎을
씹고 맛보고 즐기느라
싫증이 날 틈이 없거든요.
맛있다고 이름난 음식만
파리 떼처럼 쫓아다니며
온갖 소란을 피워대는 건
음식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진정한 맛이 무언지도 모르는
사이비 미식가일 뿐이에요
(지금 인간들이 먹방에 열광하는 건
파리 떼에게 속아 넘어간 때문이죠)
맛없고 거친 음식이라도
늘 행복하게 즐기는 우리야말로
진정 고독한 미식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