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시작하고 4년 반.
나에게 조금 독특한점이 있다면 나는 지난 4년반동안 7일을 연속으로 쉬어본적이 없다. 아무리 아파도,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 내내 안 뛴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운도 따랐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지난 4년이라 함은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부터다. 그 사이 코로나도 두번이나 걸렸지만 경증이었고 자가격리가 짧은 시기에 걸려 7일을 내리 쉰 적이 없었다.
이래저래 잔병치레는 있었지만 딱히 큰 병에 걸리거나 심각한 부상을 겪지도 않아 가능했던 일이다.
그러다가 뉴욕마라톤을 3주 앞두고 천식이 너무 심해 8일을 쉬었다. 처음이었다.
겨우겨우 회복해 마라톤을 뛰고 리커버리도 잘 하는가 싶다가 이번엔 독감에 걸렸다. 독감이 어찌나 독했는지 한 5일간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다.
독감이 좀 나았는가 싶으니 천식발작이 뒤따라왔다.
에라이 모르겠다 하고 10일간 내리 쉬었다. 신기록이었다.
이러다가 은근슬쩍 달리기 열정이 사그라들어 다시는 안 뛰게 되는거 아닐까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11일째가 되니 몸이 가렵고 속이 더부룩해 달리기를 하고싶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러닝슈즈를 신었다.
1마일쯤 뛰고 땀이 나기 시작하니 역시나 좋았다. 아주 푸욱 쉰 만큼 몸에 힘이 넘치고 날아갈듯 가벼웠다. 기관지는 그만큼 따라주지 않았지만…
생각해보면 아등바등 달렸었다.
평생 운동을 안했고 몸치였던 내가 처음으로 5km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되었을 때, 늘 하던대로 일주일에 세번을 뛰지 않으면 그 능력이 성냥불 꺼지듯 사라져버릴것만 같아 불안했다. 그래서 일주일에 세번은 무슨일이 있어도 달렸다. 시간이 도저히 안 날때는 한밤중에라도.
한 3년쯤 뛰고부터는 겉멋에 취했던것 같다.
”일주일에 세번을 꼭 뛰는 나 자신. 쫌 멋진듯“ 하며 비가 오면 비가 오는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대로, 그 모든 역경을 뚫고 달리는 스스로에게 더더욱 취했다.
러너라면 비가와도 뛰어야지!
러너라면 영하 7도여도 뛰어야지!
이정도도 못하면서 러너라고 어디가서 나대지 말자!
그 즈음 세계적으로 러닝 붐이 슬금슬금 불기 시작하면서 러닝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 틈에서 “나는 뉴비가 아니고요, 눈이와도 비가와도 뛰는 베테랑 러너에요” 라고 외치듯 달렸다.
그리고 9번의 하프마라톤, 2번의 풀 마라톤…
묵묵히 달려야함을 깨달았다.
일주일에 세번을 아등바등 채우는것만이 꾸준함이 아니라는걸 알았다.
담담히 뛰는 법을 배웠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가 진심의 척도라고 착각하며 사는 경우가 많다.
너무 아프게 사랑했기에 내 사랑은 진심이었고,
너무 힘들게 일했기에 나의 노동은 값졌으며,
너무 고통스럽게 달렸기에 나는 찐 러너였다. 고.
하지만 당연한거지만 힘듦과 진심 사이엔 딱히 상관관계가 없다.
행복하고 좋기만 했던 사랑도 참 사랑일 수 있고,
재미있었던 경험도 값진 노동일 수 있으며,
어쩌면 오히려, 즐기며 달리는 러너가 진짜 러너일지도.
아프면 좀 쉬고,
너무 차가운 공기는 마시지 않도록 유의하고, (천식환자이기 때문에)
너무 늦은 밤에 달리지 않고,
때론 페이스가 안 맞는,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느린 친구와도 달리고…
그렇게
묵묵히.
꾸준히.
담담히.
달리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