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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달꼬달 Apr 17. 2023

아이에게 정신과 약을 먹인다는 것

 

입소문 난 소아정신과 전문의사를 우리 꼬달이도 한 번쯤은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 유명한 소아정신과 의사들을 만나려면 2년은 기본이고 3년을 기다려야 한다. 달팽이 엄마들 사이에서는 다 아는 불문율이다.     


요즘은 초진예약을 인터넷으로만 접수하는 병원이 늘어나고 있다. 1분 만에 예약이 마감되니 나처럼 손 느린 사람에게 유명의사 진료 예약은 하늘에 별 따기다.      


그나마 집 근처 대학병원에 괜찮다고 소문난 의사를 찾아냈다. 진료 예약을 하기 위해 병원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예약을 하지 못했다. 초진예약은 더 이상 받지 않는다는 것. 수소문해 알아보니 그 의사가 개인병원을 개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개원을 한다니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진료 예약은 대기자 없이 다시 원점에서 시작할 테고 그래도 1년까지는 기다리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 되었다. 그래 이 의사라도 만나야겠다 싶었다.   

  

나는 매일 체크하며 진료 예약 시작하는 날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운명처럼 서울 유명 의사는 아니지만 1년 이상 기다려야 만날 수 있다는 의사를 6개월 만에 만났다.     


의사는 전에 만난 의사와는 확실히 달랐다. 꼬달이를 꼼꼼히 관찰해 주었고 자신 있는 말투로 자세한 설명도 해주었다. 그리고 의사는 다른 의사들이 미루고 미루던 약복용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흔들리는 남편과 나의 눈빛을 읽었는지 의사는 약복용에 대해 부모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학교 입학을 일주일 남은 시점. 꼬달이의 학교생활 적응에 도움이 될 거라 고 의사는 말했다.     


수업시간 40분 동안 꼬달이가 착석이 가능하겠느냐는 의사의 물음에 우린 ‘네’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의사는 꼬달이가 가진 산만함과 감정조절의 어려움을 약으로 조절해 보자고 말했다.     


또 하나의 선택의 순간이 왔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상황이기도 했다. 병원에서 약 처방을 해줄 거라는 것 그리고 그 약을 먹일 것인지 안 먹일 것인지는 부모의 선택이라는 것도.     


확고한 의사의 의견을 우린 믿기로 했다. 꼬달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8살, 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잘 적응하길 바라는 마음뿐.    

 

병원에서 약을 받아와 꼬달이에게 약을 먹인 첫날. 나는 잠을 자지 못했다. 의사를 믿었고 꼬달이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지만 불안한 밤이었다. 혹시나 모를 부작용과 그 후 단약에 대한 문제들로 머리가 어지러웠다.


약을 복용으로 좋은 효과를 얻게 된다면 정말 다행이지만 효과는 없고 약 복용으로 문제가 생긴다면... 이 선택에 따를 죄책감의 무게가 너무나 컸다. 좋은 것만, 꽃길만 걷게 해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지만... 가보지 않고는 미래는 그 누구도 알 수가 없다.          


그렇게 약 복용을 시작한 지 두 달이 넘어갔다. 꼬달이는 약을 먹고 더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았다.          


의사는 약 용량을 늘리는 대신 약 복용은 유지하고 계속 지켜보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꼬달이는 약보다 할 수 있는 아이라고 말했다.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일까?     


의사의 의견을 희망적으로 생각하면 꼬달이가 스스로 조절능력을 키울 수 있는 아이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학교서 아직도 많이 울고 가끔 큰 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적응할 거라 보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부정적으로 보면 꼬달이는 약의 효과를 얻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된다.      


어린아이들에게 쓸 수 있는 정신과 약 종류는 몇 가지 되지 않는다. 효과가 있는 아이도 있고 아예 약 효과가 없는 아이도 있다. 약에 반응이 있다고 해도 바로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아이에게 맞는 적당한 용량과 약의 종류를 찾아 헤매는 과정은 계속된다. 약 용량을 늘리고 줄이는 과정이 계속되고 완전 다른 종류의 약으로 교체를 하기도 한다.     


부모들이 약의 부작용을 포함해 이런 복잡한 과정을 감수하면서 약 복용을 선택하고 의사들이 권하는 것은 어떤 치료보다 약 복용이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부작용도 나아짐도 없어 보인다. 어느 날 또렷함은 약 때문일까 하다가 어느 날 어려움은 약이 효과가 없구나 생각한다.      


발달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위한 수많은 치료들. 감각통합치료, 인지치료, 언어치료, 물리치료, 미술치료 등등.      


아이에게 뭐가 좋을지 몰라 선택한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를 지워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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