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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달꼬달 Apr 24. 2023

입학식 날 우는 엄마와 아들

꼬달이의 초등학교 입학식 날이다. 1년간 밤잠 못 자고 기다리던 바로 그날이 온 것이다.


입학식 당일 수업은 없고 간단하게 15분 정도 강당에 모여 입학식을 하고 각반 교실로 이동해 자기 자리를 확인하는 일정이다.



어엿한 초등학생처럼 꼬달이는 새 책가방을 메고 한 손에는 실내화 주머니를 들었다. 남편과 나는 꼬달이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학교로 향했다.


꼬달이가 다닐 초등학교는 1학년만 10반이나 있는 큰 학교다. 10반 중 7반은 학생이 20명. 나머지 3반만 학생 수가 18명이다. 3반은 꼬달이를 포함해 특수교육대상자가 있는 반이라 나는 짐작했다.


우린 1층 현관을 지나 3층 강당으로 올라갔다. 200여 명이 되는 아이들이 자기네 반 팻말 앞에 두 줄로 정렬해 앉아 있었다. 강당 뒤쪽으로 멀리 아이를 지켜보는 부모들로 강당 안은 복잡했다.


꼬달이를 데리고 꼬달이반 아이들이 모여 있는 줄로 다가가자 우리를 먼저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혹시 꼬달이 인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도움반 선생님입니다.”


도움반 선생님은 오늘 처음 보는 꼬달이를 잘 알고있던 사람처럼 꼬달이의 손을 잡고 꼬달이의 반 맨 끝줄에 꼬달이와 함께 앉았다.


그렇게 입학식은 시작되었다. 애국가 제창, 간단한 담임선생님 소개, 여전히 변하지 않은 교장선생님 말씀.


교장선생님 말씀이 길어지자 꼬달이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훌쩍이기 시작했다.

“엄마 보고 싶어요.” 멀리서 들리는 꼬달이의 목소리.

그리고 꼬달이를 이상한 눈길로 쳐다보는 옆 반 아이들.

도움반 선생님이 옆에서 계속 꼬달이를 달래는 듯 보였다.


나는 꼬달이를 더 이상 지켜보지 못하고 강당 뒤쪽 구석으로 갔다. 한 방울 두 방울 그러다 줄줄 내려오는 눈물을 숨기고 싶었지만.


축하해야 할 입학식에 눈물을 보이는 엄마. 졸업식도 아닌데 우는 엄마라니 신기한 듯 나를 보는 시선들.


이 자리에 오기까지 고민하고 걱정했던 시간들이 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몇 날 며칠 잠 못 자고 일반 학교를 보내겠다고 결심했다.

무조건 화부터 내는 아이에게 연필 잡는 것부터 한글, 숫자 세기를 가르치겠다고 애썼던 시간들.


7살이 되도록 느린 발달 수준에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특수’라는 글자를 지워내지 못하고 교육청에서 특수교육대상자를 신청하고 오던 날.


정확한 수치로 우리 꼬달이가 다르다는 걸 눈으로 확인했던 병원검사 결과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치료를 늘리고 치료실을 오가던 시간들


지금 이 순간조차 내가 잘한 선택인지 알 수 없어 흔들리는 나의 마음을 내려다보니 참을 수 없는 눈물이 내려왔다.


나에게 다가와 조용히 내 어깨를 잡는 남편의 손길에 눈물이 멈추기는커녕 멈출 줄 몰랐다.


입학식은 고작 15분. 이제 8살이 된 200명의 아이들은 아무도 울거나 집중이 흔들려 보이지 않았다. 씩씩하게 일어나 애국가를 제창했고, 자기 반 담임이 누군지 궁금해 하며 크게 박수를 쳤다.


꼬달이는 이 낯선 넓은 강당이란 공간도 싫었을 것이다. 옆에 자기에게 말 걸어 주는 낯선 선생님도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른다. 왜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모여 있는지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교장선생님의 말씀 따위는 무슨 말인지 들리지도 이해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입학식을 끝나고 나중에 들었지만 처음 간 자기 반 교실에서도 꼬달이는 계속 집에 가고 싶다고 엄마를 찾았다고 한다.


꼬달이의 입학식을 지켜보고 나니 내가 첫 학교 입학하던 날이 생각이 난다. 너무 오래돼서 정확한 기억은 없다. 낯선 공간에 가방을 메고 불편한 마음으로 아이들 사이에서 줄을 섰던 기억. 나 또한 초등학교 입학식이 많이 불편하고 힘들었던 느낌을 기억하고 있다. 꼬달이에게는 더 힘들었을 하루였을 것이다.



드디어 꼬달이가 학교에 입학했다. 순탄하지 않을 학교생활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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