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달꼬달 May 19. 2023

학교에 가면 두 얼굴이 되는 아이

우리 아이는 담임이 두 명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꼬달이의 하교 시간. 학교는 걸어서 6분 정도 거리에 있지만 혹시나 늦을까 알람까지 맞춰두었다. 여유 있게 알람을 했지만 몸은 왜 이리 더딘지 꼭 촉박하게 현관문을 나서게 된다. 나는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학교를 향해 걸어간다.     


엄마가 조금 늦어도 여유 있게 엄마를 기다려 주면 좋으련만 교문을 나왔는데 엄마가 없다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울고 있을 꼬달이를 생각하면 머릿속이 아찔하다.     


학교는 건물을 사이에 두고 교문 정문 말고 양쪽으로 2개의 쪽문이 있다. 학교 1층 현관에서 우리 집 아파트 방향 현관문으로 나와야 쪽문을 지나 나를 만날 수 있다.   

  

꼬달이가 언제 나올까 현관 쪽을 열심히 바라본다. 가방을 메고 한 손에는 실내화 가방을 들고 있는 꼬달이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옆으로 낯익은 실루엣의 여자 어른이 같이 걸어 나온다. 담임이다.   

  

특별한 사항이 없는 한 담임은 하교 지도만 할 뿐 1층 현관까지는 내려오는 일은 없다. 아마 오늘도 꼬달이가 무슨 문제를 일으킨 모양이다. 좋은 일이라면 담임이 일부러 현관까지 내려올 리 없기 때문이다.    


오늘 또 꼬달이가 무슨 새로운 문제를 만들었고, 부모인 나까지 알아야 할 사항이라고 담임이 판단한 것이다. 상사에게 주요 업무 보고를 하는 것처럼.   


담임이 이렇게 내려오는 날이 일주일이면 1~2번씩 반복되다 보니. 담임이 내려오는 날은 나도 모르게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일까? 휴... 속으로 한숨이 터져 나온다.     


오늘 담임의 보고 사항은 꼬달이가 자꾸 교실을 이탈한다는 것이다. 학기 초부터 보였던 수업시간에 울거나 집에 가고 싶다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도 물론 여전하다.      


새롭게 발생한 문제는 쉬는 시간이나 놀이시간에 아무 말도 없이 교실을 나가는 행동 때문이다. 그렇게 사라져 도움반이나 도서실에 간다고. 하지만 갑자기 없어지는 꼬달이 때문에 담임은 걱정이 많은 모양이었다.    

  

학교생활이 안정되는 것이 아니라 더 어려워지는 느낌이 밀려왔다. 학기 초 보다 더 산만한 모습을 보이는 꼬달이 때문에 담임도 반친구들도 난감해하는 상황이 눈앞에 훤히 그려졌다.  

   

교를 하고 꼬달이를 센터 수업에 넣고, 나는 또 다른 담임에게 전화를 걸었다. 요즘 꼬달이의 학교생활에 대해 자세히 물어본다. 꼬달이의 또 다른 담임은 도움반 선생님이다.      


도움반 선생님의 말씀은 요즘 꼬달이는 도움반에 있는 구름빵 책을 엄청 좋아한다는 것이다. 꼬달이가 2층 원반에서 4층 도움반까지 가는 길을 파악하면서 원반 교실을 몰래 빠져나와 재미난 보험을 즐기는 아이처럼 밝은 표정으로 도움반을 찾아온다고. 아이고.     


자기의 말도 잘 들어주는 선생님과 아이들도 적은 도움반을 꼬달이는 좋아한다. 도움반 아이들은 꼬달이보다 나이도 많은 형들이지만 꼬달이는 형들이 좋은지 형들이 뭐 하는지 기웃거리기도 하고 같이 놀자고 아는 척도 한다고. 썩 잘하지는 못하지만, 때론 싫어 큰소리도 내지만 나름 책상에 앉아 글씨도 쓰고 공부도 해보려고 노력한다고.     


같은 학교 안에서 다른 두 얼굴로 생활하는 꼬달이.          


원반은 꼬달이를 포함에 18명의 아이들이 있다. 옛날 옛적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을 생각하면 정말 적은 학생 수 지만 꼬달이는 친구들이 많은 원반 교실을 힘들어한다. 또래들과의 관계를 맺는 것도 어렵고, 18명을 지도해야 하는 담임선생님에게 꼬달이가 관심을 받기는 어렵다.  

   

꼬달이를 도와주는 실무사 선생님, 봉사자 선생님, 사회복무요원이 시간을 번갈아 가며 원반에서 꼬달이를 도와주지만 꼬달이는 그냥 원반 교실이 싫은 느낌이다.    

  

더욱이 꼬달이가 별로 좋아하지 않은 색칠하기, 이것저것 만들기를 하는 수업에는 참여도가 더 떨어졌다. 다수를 향해 말하는 담임선생님의 말은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40분을 의자에 앉아 있어야 하는 어려움.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하는 것.      


많은 사람들 속에서 수많은 소리와 시선은 자꾸만 흩어져버리고 있는 느낌이다.     


담임선생님과 도움반 선생님의 이야기를 내가 듣는다고 나에게 뾰족한 해결책이 있는 것은 아니다. 꼬달이에게 교실을 함부로 나가면 안 된고. 교실에서 큰소리를 내면 안 된다고 몇 번이고 주의를 주고 반복해서 알려주지만 내 말이 꼬달이 머릿속에 입력되어 꼬달이의 행동이 바로 수정되는 일은 쉽지 않다.      


꼬달이 스스로 조절력을 키워나가면 좋겠지만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결국은 담임선생님과 상의하고 나에게 동의를 구해 도움반 선생님이 중재하며 절충안을 찾아 나가는 것뿐.         

 

꼬달이는 발달이 느린 만큼 적응도 느린 꼬마 달팽이니까.

작가의 이전글 입학식 날 우는 엄마와 아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