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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달꼬달 Nov 28. 2023

그냥 꽃이 좋아 자격증 시험 준비를 합니다

나는 요즘 매일 시든 꽃을 정리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꽃들이 담긴 물통의 물을 갈아주고 꽃들의 줄기마다 끝을 사선으로 잘라준다.


이제는 싱싱함을 잃어버린 꽃들을 가위로 잘라 쓰레기통에 버리는 일까지.     


잠깐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어쩌면 귀찮아지는 일이 많은 것이 꽃을 좋아하는 일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예쁜 꽃을 보며 좋아하면서도 꽃을 사는 일을 망설이는 것은 꽃이 시들기 때문이다.

     

꽃이 가진 눈부신 아름다움은 참으로 짧다. 아무리 매일 물을 갈아주고 보존액을 넣어준다고 한들 꽃의 아름다움은 길어야 일주일이 고작이다.


아무리 꽃을 좋아한들 방해 요소가 많다.


꽃을 매일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꽃꽂이를 한번 배워 보고 싶은데 꾸준히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꽃을 즐기는 일을 방해하는 요인들을 가볍게 제거해 줄 내가 찾은 방법.


나는 단순하고 무모하게 자격증 시험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매일 꽃을 보기 위해 기능사 시험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자격증을 따서 취업을 할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먼 미래에 꽃집을 차리겠다는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나의 목적은 하나. 매일 꽃을 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이유.     


반듯이 꽃을 사야만 하는 명확한 목적이 생긴 것이다.     


이제 나에게 금방 시들고 말 꽃을 사도 되나 하는 망설임 따위는 없어졌다.

매일 손질해 주지 않으면 안 되는 꽃들 때문에 게으른 나는 부지런한 나로 바뀌었다.


우리 집에 온 꽃들은 시험을 준비하는 꽃이라 화병에 꽂혀 있거나 예쁜 포장지에 싸여 있지 못하고 물통에 담겨 있는 일이 많았다.


나는 예쁘게 꾸며주지 않아도 그 자체로 아름다운 꽃을 보는 것이 좋았다.

 

많은 예술작품이나 공예품들은 어떤 다양한 재료들을 조합하여 멋진 완성품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꽃은 그 한송이 자체의 아름다움이 완성품이다.


내 어설픈 꽃꽂이 실력도 예쁜 꽃 뒤에 잠깐은 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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