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찾아오는 아침이다. 오늘도 7시 20분이 되어도 일어나지 않는 꼬달이를 깨워 아침밥을 먹인다. 감기약과 많은 종류의 영양제를 챙겨 먹이는 일도 빠뜨리지 않는다.
매일 아침 텔레비전 삼매경에 빠져있는 꼬달이. 요즘 꼬달이는 아침마다 EBS 프로그램을 보는 것에 꽂혀있다. 만화나 유아 프로그램이 끝나는 사이사이에 꼬달이를 달래 가며 간단히 세수 및 양치를 시킨다.
학교 지각은 면하도록 적당한 시간쯤 텔레비전을 끄고 옷을 입힌다. 학교 가기 싫다고 징징하는 날도 있지만 오늘은 다행히 등교 준비에 거부가 없다.
꼬달이는 책가방에 학교에서 볼 책을 하나 챙기고 물병을 넣고 가방을 멘다.
“꼬달아, 잠바 입고 가방을 메야지.”
꼬달이는 잠바를 입고 가방을 다시 메고 실내화 가방을 들고 현관으로 가 신발을 신는다. 그리고 집안 불을 끄고 핸드폰을 챙기는 나를 뒤로하고 먼저 현관문을 열고 나가버리려 한다. “엄마랑 같이 가야지”
우리도 그렇게 다른 집과 다름없이 등굣길에 오른다. 쫑알쫑알 자동차 이야기를 끊임없이 쏟아내는 꼬달이의 말에 적당히 대꾸를 해준다. 좋아 보이는 아이의 기분이 엉망이 되지 않게. 나도 그렇게 평화로운 아침 공기를 마셔 본다.
꼬달이의 등굣길은 등교하는 아이들이 적다. 담임이 알림장에 지각하지 말라고 강조하는 시간은 오전 8시 40분이지만 우린 그 시간을 넘겨 8시 50분이 가까운 시간에 학교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조금 늦게 등교해 달라는 담임의 당부가 있었다. 조금 일찍 등교한 날, 꼬달이가 학교를 등교하자마자 학교 탈출(?)을 시도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매일 찾아오는 등굣길. 나는 매일 비슷한 잔소리를 꼬달이에게 늘어놓는다.
“선생님께는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친구들 만나면 ‘안녕’이라고 하고, 점심도 잘 먹고, 수업시간에 큰 소리 내면 안 돼. ‘싫어요’라고 소리치면 안 돼.....”
드디어 교문 앞 ‘오늘도 파이팅’. 우린 하이파이브를 하며 헤어진다. 나는 교문 앞에서 학교 현관문을 향해 들어가는 꼬달이의 뒷모습을 지켜본다.
조금은 느린 걸음으로 현관에 당도한 꼬달이는 현관문을 조금 들어가면 깔려있는 매트가 아닌, 현관문 바로 앞 중앙에서 실내화를 꺼낸다. 뒤따라 들어오는 아이들에게 조금은 방해가 되는 자리지만 꼬달이는 개의치 않는다.
다른 아이들은 몇 초면 실내화를 갈아 신고 신발을 실내화 주머니에 넣고 바로 교실로 들어가겠지만...
꼬달이는 이 짧은 행동이 더디기만 하다. 실내화를 바닥에 꺼내놓고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아 한발 한발 실내화를 갈아 신고 벗은 운동화를 다시 실내화 가방에 넣는데 다른 아이들의 속도보다 2~3배의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마음 같아서야 당장 달려가 현관문 앞이 아니라 조금 안쪽에 놓인 매트 위에서 바닥에 주저앉지 말고 서서 신발을 갈아 신으라고 알려주고 싶지만.
아이들이 너무 많은 등교 시간도 아니라 꼬달이 때문에 크게 현관문 앞이 혼잡해지는 것도 아니니. 차가운 바닥에 앉아 바지에 먼지가 조금 묻기는 하겠지만 나는 멀리서 꼬달이의 모습을 지켜만 본다.
다른 사람이 볼 때도 신발과 실내화 가방을 챙겨 자기 교실로 찾아가는 꼬달이의 모습이 조금은 어설퍼 보이겠지만 나는 매일 보면서도 꼬달이가 대견하다고 생각한다.
조금의 어설픈 모습은 조금씩 가르쳐 주고 배워 나가면 될 것이다. 혼자 스스로 끝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의 아이들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 깨우치거나 한번 알려주면 바로 습득이 되는 아주 작은 것들을 우리 아이는 열 번 스무 번을 알려주어도 습득이 더딘 경우가 많다.
그래도 나는 우리 꼬달이가 조금은 느리고 어설프지만 언젠가 습득이 되는 아이라 믿으며 희망을 본다.
평범한 듯 다른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