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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톨슈 Dec 08. 2021

내 발이 찾는 맛있는 음식, 비빔 짬뽕

거창의 비빔 짬뽕 맛집, 맛있다 맛있어!


 겨울이 왔다. 발이 늘 아주 차가운 나에게 발에 특효약인 것이 있다. 격렬한 운동보다도 발을 가장 빠르게 따뜻하게 하는 방법은 바로 맛있고 따뜻한 음식!


 스쿼트도 달리기도 필라테스도 해 보았지만 운동하는 순간 달궈졌던 발은 운동이 끝나자마자 금세 식어서 나를 시리게 했다. 발마사지도 한약도 크게 소용이 없었다. 그러나 뜨끈하고 자극적인 음식은 다르다. 위장 가득 따뜻한 음식이 흐르면 내 발은 두어 시간 아주 충분하게 따뜻해진다. 위와 발이 붙어있나 싶을 정도이다. 겨울에는 이불 뒤집어 쓰고 귤을 까먹으며 독서나 넷플릭스에 몰입하다가 아주 간혹 끼니 시간을 넘길 때가 있다. 그럴 때 배꼽시계보다도 나의 식사시간을 더욱 강하게 알려주는 것은 차가운 발이다. 내 입도 물론 먹을 걸 좋아하지만, 내 발이 특히 더 좋아하는 음식 이야기를 오늘은 하나 나눠 봐야지!


 칼칼하고 국물이 있으면서도 조금 자극적인 음식이 몸과 발의 온도를 높이기에는 최적인데 그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짬뽕! 오늘은 그중에서도 2021년 먹었던 음식 중 베스트 10에 드는 거창의 유명한 비빔 짬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휴일을 맞아서 거창에 내려갔다. 거창한 이름을 지녔지만 그 정취는 소박하고 다정한 고을. 맛있는 사과 발효주를 만드는 팜사이더리가 있는 아름다운 곳. 그래서 사랑스러운 거창. 꼬불꼬불하지만 아름다운 산길을 넘고 넘어 거창 시내에 다다르면, 유명한 거창의 먹거리 비빔 짬뽕을 마주하게 된다. 서울에서부터 긴 시간 운전을 하느라 허기진 배가 달콤 짭짤한 불향에 이끌려 아우성을 치다 못해 노래를 시작한다. 어서어서 맛있는 비짱(비빔짬뽕)을 내놓으라!!!!

 


 나왔다. 오동통한 면발 위로 수북한 짬뽕 양념이 올라가 있다. 오징어와 양파가 자작한 국물과 함께 아주 듬뿍 들어있는 비주얼이 진짜 훌륭하다. 그 위로는 채 썬 생양배추와 당근, 그리고 계란 프라이와 삶은 완두콩!


  양념을 먹은 중식면은 계란 프라이와도 콩과도 잘 어울린다. 입안에 침이 고이다 못해 흘러넘치고 슥슥 비벼서 한 젓가락 입 안 가득- 양념과 면을 말아 넣으면 중식 특유의 불향과 감칠맛이 입안을 휘감는다. 아주 맵지는 않지만 살짝 올라오는 맵고 달달한 맛. 어디선가 먹어본 것도 같은 맛이지만 같은 맛이 딱 생각나지는 않는 아주 맛있는 맛! 


 후루룩 후루룩 -  먹다가 매운기가 점점 올라오면 내어주신 무생채 밑반찬을 집어 먹는다. 고춧가루가 거의 없는 피클 스타일의 새콤한 무생채가 입안을 깨끗이 씻어준다. 시원하고 아삭아삭하고 입이 딱 상쾌해지는 것이 최고의 조합이네. 짜장면의 절친이 단무지라면, 비빔 짬뽕엔 무생채구나!!!! 이 조합을 발견한 천재분께 노벨 음식상이라도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무생채와 짬뽕 그릇 사이를 젓가락이 부지런히 오간다. 아주 코를 박고 한 그릇을 금세 비워냈다. 곱빼기를 시켰더니 양도 적지 않았는데, 배가 점점 불러오는 게 느껴졌어도 멈출 수 없던 아찔한 그 맛! 




 아삭한 무생채와도 한번 먹고, 쫄깃한 오징어랑도 한 번 먹고, 달콤한 양파랑도 한 번 먹고, 새콤한 단무지랑도 먹고. 면만 집어서 숟가락 위에 동글동글 말아서 먹고! 거의 없는 국물 양념만도 숟가락 가득 한 번 퍼서 떠먹어보고.




정말 마음에 드는 새로운 먹거리를 발견하면 나는 무수한 방식으로 먹어보고 싶어 진다. 무아지경이었다.



 비빔 짬뽕을 먹고 있다가 문득, 비빔 짬뽕을 담은 대접이 테이블이 열두어 개쯤 있는 이 가게만큼 엄청나게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물론 혼자 그만큼을 다 먹겠다는 뜻은 아니다. -물론 마음만은 먹고 싶다- 바로 함께 먹고 싶은 사람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이를 먹이고 싶다. “왓-이거 진짜 달짝찌근하니 내 스타일이야!”라고 소리치며 한 그릇을 더 시킬게 뻔하다. 사랑하는 부모님을 먹이고 싶다. “뭐, 독특하네. 야, 먹으러 올만하다!(칭찬에 인색한 자들의 최고의 칭찬 모드) 그리고 독서모임 사람들도 생각났다. 이번 달에는 다 모이면 커다란 양푼에 야채비빔밥을 만들어 먹기로 했었는데 비빔밥 그릇을 닮은 이 대접 가득 황홀한 비빔 짬뽕을 넣어 맛 보여 주고 싶다. 맛있다고 얼마나 환호들일까. 크 서울에서 이곳이 너무 먼 것이 참 아쉽다. 정말 혼자 먹기 아깝다 아까워! 진짜 맛있는 음식은 늘 같이 먹고 싶은 누군가를 생각나게 만든다.


먹을수록 남은 음식이 줄어드는 게 아쉬웠는데 결국 다 줄었다. 끝. 완뽕. 아쉬워라..


그래서 그다음 날 또 갔다. 연달아 두 번 먹어도 참 맛있었다.(우동도 맛잇었다..)






 며칠 전 책을 읽다가, “마음껏 사랑해도 배신당하지 않을 사랑”이란 문구가 마음에 들어서 다이어리에 옮겨 적어 놓았다. 사랑에 대한 책이었지만, 나는 왜인지 모르게 그 문구에 줄을 그으며 그런 대상으로 비빔 짬뽕을 떠올렸다. 엄청 기대하고 먹으러 갔는데, 배신당하지 않았다. 두 번째 먹으러 갔을 때도 그랬다. 다녀온 후 사방팔방 만나는 지인들에게 거창의 비빔 짬뽕과 사랑에 빠진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는데 연거푸 사랑한다고 말해도 조금도 질리지 않았다. 마음껏 좋아한다고 앞으로도 계속 말할 것이다.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있어서 오늘도 행복하다. 

 

내가 갔을 때 계셨던 사장님 부부는 잘은 몰라도 목소리도 활기차시고 나이도 젊어 보이셔서 참 좋았다. 앞으로도 계속 건강하셔서 가게를 잘 지켜주셨으면 좋겠다. 마음이 허할 때, 찾아갈 맛있는 소울푸드 하나가 국내에 하나 더 생겼으니 아주 마음이 든든하네. 겨울 추위가 더 매서워지면, 내 발이 또 스스로 액셀을 밟아서 그곳으로 데려갈지도 모르겠다. 또 먹고 싶다, 비빔 짬뽕!




 글을 쓰면서 아쉬운 대로 동네 중국집에서 국물 짬뽕을 시켰다. 맛있지만 아쉽다. 나는 이미 마성의 비빔 짬뽕 맛을 알아 버렸다. 서울에 분점 내주세요, 사장님. 네? 혼자서 허공에 외치며 비빔 짬뽕을 향한 상사병을 앓는 밤이다. 


12월에 내리는 겨울비의 소리가 어쩐지 비짬비짬거리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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