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식물을 사랑하게 되었을까?

식물이 주는 보람과 힐링

by PIDO







나는 식물을 사랑하는 30대 가드너이다.

20평대의 아파트에서 50여 종의 식물을 키우고 있는

행복한 인도어 가드너이다.


지금의 나는 가장 좋아하는 취미를 들라고 하면

주저 없이 식물을 얘기하는 식덕이지만,

불과 5~6년 전만 해도 내가 이렇게 식물과 교감하는 삶을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식물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전 부모님은 취미 식물을 키우셨다.

부모님의 베란다를 접하며 자란 나의 가드닝에 대한 이미지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느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베란다에 식물들이 조화롭진 않지만 잘 자라고 있고,

종종 꽃을 피우긴 하지만 내 취향과 많이 벗어나 있어

전혀 관심이 가지 않는 식물들.


예전의 내가 화분을 사들인다는 건

무언가 이벤트가 있을 때(주로 연애)였고,

그 이벤트가 지나가면(주로 이별) 결국 베란다에 버려져

가드닝의 몫은 어머니가 감당하는 구조였다.


근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사랑은 타이밍이라지만,

식물도 타이밍이었다.


전 여자친구와의 소소한 이벤트로

고속터미널에서 샀던 틸란시아가

어느 날 불현듯이 꽃을 피웠다.


이번에도 이벤트였다.

꽃은 절화로 사용하는 것처럼 이쁜 꽃도 아니었고,

나는 꽃을 피우기 위해 세심한 노력을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사람 때문에

마음에 큰 생채기가 났었던 시기.


성격상 내색도 안 하고 마음 기댈 곳도 찾지 않았지만,

이 꽃이 그 자리를 자연스럽게 채워주어

위안과 치유가 되었던 것 같다.


작은 관심만 주었을 뿐인데도

그 작은 관심에 움직여준 식물에게 느낀 보람과 고마움.

그 후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꽃이 되듯이

식물들이 하나씩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참 드라마틱한 계기였었고

그 이후로 식물에 푹 빠지게 되었지만,

지금은 아내가 된 그 시절 전 여자친구는

그때의 일이 가끔 후회가 된다고 얘기한다.


근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벤트 퀘스트가 무사히 완료되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이번 이벤트도 실패해버렸다면

그 식물도 지금 부모님 베란다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내 다음 퀘스트는 물들이는 것이다.

아내뿐만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 그리고 이 글을 읽을 사람들에게 내가 식물을 통해 느끼는 사사로운 감정들을 전달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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