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량의 약을 손에 쥐려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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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일 오전 11: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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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다량의 약을 먹기로 스스로와 약속한 날이었다.
이 날을 위해 일주일 치 약을 계속 모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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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레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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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 나 오늘 약 먹을 것 같아. 미안해’란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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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꾸 레고의 한숨 쉬는 소리와 걱정하는 얼굴이
떠올랐다. 실망하게 하기 싫은 마음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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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 자신은 현실을 외면하려는 듯,
본능적으로 12시간이 넘는 수면을 선택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함과 무거운 눈꺼풀은
나를 살게 하고 싶어서인지 자꾸 잠을 재웠다.
그 속에서 가슴을 누르는 통증에 깼다 자기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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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들면 괜히 약을 만지다가도 레고에게 온 전화에는
괜찮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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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레고도 이런 나에게서 슬슬 지쳐가는 것 같다.
‘의지가 약해서 그런 것’이란 말도 하고
걱정이라는 가면을 쓰고도 나의 앞에서 지쳐가고 있음을
숨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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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이렇게 글로만 나의 마음을 표현해야 하나보다
속마음을 다 보이니, 다들 지쳐서 떠나갈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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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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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잘 지내고 있지?’
‘나야 똑같지 뭐 , 이 시간에 웬일로 전화를 했어?’
‘그냥’
‘엄마는? 엄마 바꿔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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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잘 있지?’
‘나는 항상 똑같지 뭐 ~ 두부는 잘 있어? 왜 목소리가 울적해’
‘.. 응 나도 잘 지내 엄마 잘 시간 이내 어서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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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끊고 나는 펑펑 울어버렸다.
이런 나 때문에 걱정하시는 부모님에 대해 미안함이 쏟아졌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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