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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렌시아 Jul 24. 2023

니체《이 사람을 보라》 나는 왜 이렇게 현명한가8

니체 책 《이 사람을 보라》독서기록

8

니체는 본인의 아주 독특한 특징을 설명한다. 이 특징 때문에 친구 사귀는 게 어렵다고도 말한다.

바로 무엇이냐 하면...


영혼의 '내장'을 느끼고 냄새 맡을 수 있단다.


영혼의 내장이라니... 세상에.

이런 표현, 처음 본다.


니체는 영혼의 가장 깊은 곳을 '내장'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걸 냄새 맡을 수 있는 천성을 지닌 게 자신이므로, 굉장히 민감한 것이고 이걸 심리적 촉각을 지닌 것이라 표현한다.


사람들 천성의 밑바닥엔 숱한 오물이 숨어 있다고 말하는 니체. 그의 말을 들어 보면,


"교육으로도 뒷받침된 오물을 나는 한 번만 만져보고도 대부분 알아차릴 수 있다... 스스로에 대한 순수함은 내게 생존 조건이다. 나는 더러운 환경 아래에서는 죽는다. 인간들과의 사귐에 적지 않은 인내의 시련을 가져다 준다. 내 인간성은 다른 사람들의 처지를 공감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를 공감하는 것을 견디는 데 있다. 나의 인간성은 끊임없는 자기 극복이다."


니체는 본인의 순수함 때문에 사람들을 견디는 게 참으로 힘들고, 그것 자체가 '자기 극복'이라 말하고 있다. '천민'에 대한 구토증을 느끼는 게 자신에가장 큰 위험이었다는 말도 한다. 여기서 천민이, 당연히 세상 사람들이겠다. 자기 이외의 세상 사람들 말이다.


세상 사람들은 영혼의 내장이 아주 더러운데, 오물 냄새를 다 맡고 알아보는 니체 본인은 이들과 어울리는 게 힘들기에 자신이 사람 사귀는 데 어려운 천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 것이리라. 아래 표현을 보면, 진짜 힘들어 보인다.


"나는 더러운 환경 아래에서는 죽는다. 말하자면 끊임없이 물속에서, 완전히 투명하고 반짝이는 원소 속에서 나는 헤엄치고 목욕하고 철퍼덕거리고 있다."


깨끗해야 살기 때문에 물속에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씻기고 있는 것이다. 숱한 오물로 뒤덮인 세상 사람들로부터 자신이 오염되지 않도록.  


회복을 위해 자신에겐 고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나는 고독이 필요하다. 그렇다. 회복, 나 자신에게로의 복귀, 자유롭고 가벼우며 희롱하는 공기의 호흡이 필요하다. 나의 차라투스트라 전체는 고독에 바치는 찬가이다."


여기까지는 나레이터가 니체였으나 뒷부분부터는 차라투스트라 목소리로 변한다. 마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는 느낌이 든다.


부분 요지는

1. 차라투스트라는 구토증 때문에 천민 없는 높은 곳으로 오게 됐고, 그곳에서 샘을 발견했는데 그 기쁨의 샘 덕에 행복한 여름 대낮을 즐기게 됐다.

2. 차라투스르라는 세찬 바람이니, 그의 적들은 그에게 침을 뱉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말이다.


이것으로 '나는 왜 이렇게 현명한가'는 끝을 맺는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건 차라투스트라였다.


제목과 관련하여 마무리 질문.

나는 왜 이렇게 현명한가?

영혼의 내장까지 냄새 맡는 사람이라 현명하다. 생존을 위해 고독이 필요했고 높은 곳에서 기쁨의 샘을 발견하고 세찬 바람이 되었기에 나는 현명하다.

이렇게 답할 수 있겠다.


<간단 소감>

'나는 왜 이렇게 현명한가' 이 긴 글의 마무리가 차라투스트라이구나.

니체에게 차라투스트라는 '완성'의 의미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 사상의 정점, 모든 것의 대변자가 바로 차라투스트라이구나. 이 사람을 보라-나는 왜 이렇게 현명한가 8부분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는 느낌이 많이 든다. 1~8 전체 중 8이 가장 차라투스트라 느낌이 든다. 직접적으로 차라투스트라 목소리가 나와서 더 그런 것 같다.


니체는 현명했으나, 참 고독했을 거다. 세상 사람들 썩은 영혼내장 냄새를 맡으며 그들과 함께 한 공간에서 살아야 했으니 말이다. 자기 인식이 중요한데, 니체의 자기 인식은 딱 이것이니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에겐, 천상천하유아독존.

당당한 자신감, 꿋꿋함. 이게 있었고 그걸 구현한 자신의 철학이 있었기엔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철학을 담은 그릇이 바로 그의 저작들이니, 난 지금 니체의 '숨구멍'을 맛보고 있는 것이구나.


니체는 이렇게 해서 숨을 쉬고 살았구나 싶다. 이 책의 글귀 하나하나가 니체에게 공기이고 샘이고 생명이었겠다.

니체의 공기 잘 마셨다.


한 챕터 이렇게 해서 잘 읽었고 이제 다음 회부터는 또 다른 웃긴 제목 기다린다.

이번엔 자신이 왜 영리한지 진지하게 묻는 글이다. 현명한가 말고 영리한가, 이게 주제이다.


제목 참 독특해.

ㅋㅋ 니체, 역시 니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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