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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렌시아 Aug 11. 2024

《제일철학에 관한 성찰》중 <제1성찰>2_르네 데카르트

철학 공부 끄적임

<제1성찰> 의심할 수 있는 것들에 관하여


데카르트는 꿈속에서조차 의심할 수 없는 것으로 수학적 진리 같은 것을 든다.


"우리가 어쩌면 다음과 같이 결론지어도 잘못은 아닐 것이다. 자연학, 천문학, 의학 및 복합적인 것들의 고찰에 의존하는 다른 모든 학문들은 실로 의심스러운 반면, 산술, 기하학 그리고 가장 단순하고 극이 일반적인 것들만을 다루고, 이것들이 자연 안에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고려하지 않는 이런 종류의 다른 학문들은 확실하고 의심할 수 없는 어떤 것을 포함한다고 말이다. 왜냐하면 내가 깨어 있든 잠들어 있든, 둘과 셋이 합해지면 다섯이고, 사각형은 네 개보다 더 많은 변을 가지 않으므로, 이처럼 명료한 진리들이 거짓의 의혹을 받는 일은 있을 수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어서 데카르트는 이런 말을 한다.


"아마도 신은 내가 그렇게 기만당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 그는 최고로 선하다고 말해지니 말이다. 그러나 내가 항상 속게끔 나를 창조한 것이 신의 선성과 상충한다면, 내가 가끔 속는 것을 허용하는 것 또한 그 선성에 걸맞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마지막 것은 말해질 수 없는 것이다."


선한 신이 인간을 기만하는 것도 말이 안 되고, 하지만, 인간인 자신이 이렇게 감각이든 꿈이든 여러 가지에 의해 기만당하는 것은 사실이고, 이런 나의 모습을 보면 선한 신이라는 그 믿음에 맞지 않는 것도 사실이라는 얘기, '마지막 것은 말해질 수 없는 것이다'라는 말을 풀이하면 '신이 내가 가끔 속는 것을 허용한다는 것'은 말하면 안 된다면 얘기이다. 가당치도 않은 얘기이니 말이다.


데카르트의 <제일철학에 관한 성찰> 프롤로그는 , 스콜라 학자들에게 아부하는 말, 그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를 바라는 자신의 바람을 담은 편지글로 시작한다. 편지글 제목이 바로 "신성한 파리 신학 대학의 가장 지혜롭고 저명하신 학장님 및 박사님들에게"이다. 이들에 대한 헌사를 자신의 저서 맨 앞에 놓고 자기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니 신에 대해 조금이라도 불경한 말을 하는 것은, 데카르트가 살던 시대에 목숨을 내놓는 일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말 한마디도 신과 관련하여서는 조심조심하는 모습을 <제일철학에 관한 성찰>의 시작인  '제1성찰'에서 볼 수 있다.


"신에 대해 말해진 전부가 허구라고 하자...... 속는다는 것 그리고 오류를 범한다는 것은 일종의 불완전성으로 보이므로, 그들이 내 기원으로 지정한 작자가 덜 유능하면 할수록, 내가 항상 속을 만큼 불완전하다는 것은 더욱 개연성을 가질 것이다."


어찌 됐든, 데카르트는 인간이 속는다는 것, 오류를 범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 문제를 신과의 연관 지어 어떻게 풀어 나갈지 좀 더 지켜보자.


"내가 확실한 어떤 것을 찾아내기를 원한다면, 이제부터 명백히 거짓인 것에 대해서처럼... 이 논거들에 대해서도 신중히 동의를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주목한 것으로는 아직 충분치 않고, 기억하도록 마음을  써야 한다. 왜냐하면 익숙한 의견들은 끈질기게 되돌아오고, 오랜 관습과 친교의 권리로 인해 그것들에게 종속된 나의 쉽게 믿는 마음을 거의 내 뜻에 반해서까지 점령해 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며 데카르트는 익숙함과 습관을 경계한다. 데카르트가 진리 탐구에서 가장 경계한 것이 바로 익숙함과 습관으로 이를 나쁜 습관으로 보았다. 데카르트가 생각한 진리에 이르는 지름길은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 좋은 습관을 획득하는 것이었다. 데카르트가 본 좋은 습관이란 무엇인가? 사물을 명석 판명하게 인식하고, 그렇지 않은 것엔 동의를 유보하는 습관을 말한다.


그래서 데카르트는 익숙함에서 벗어나 사물을 의심한다. 또한 다음과 같이 자신의 '과장된 의심의 방법'을 정당화한다.


"마침내 그 어떤 못된 습관도 더 이상 내 판단을 사물에 대한 올바른 지각에서 벗어나게 하지 못할 때까지, 자발적으로 완전히 반대쪽으로 돌려서, 내가 나 자신을 속이고, 한동안 그 의견들이 전적으로 거짓되고 공상적이라고 꾸며낸다고 해도 나쁜 짓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로부터 어떠한 위험도 어떠한 오류도 그동안에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그리고 지금 나는 행위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에만 전념하고 있으므로, 내가 필요 이상 불신에 동의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신의 의심의 정당성을 피력한 뒤, 데카르트는 의심과 신의 문제를 해결하게 위해 '악령 가설'을 등장시킨다.


"그러므로 나는 진리의 원천인 최선의 신이 아니라, 악의 있고 동시에 최고로 유능하고 교활한 어떤 악령이 나를 속이는 데 온 힘을 쏟았다고 가정할 것이다."


그리고 온갖 외적인 것과 감각기관 이 모든 것들을 온통 속임수라고 가정할 것이라 밝힌다. 사물에 대한 올바른 지각을 위해 기존 당연하다고 여기는 모든 것들에 대해 데카르트는 의심의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나는 하늘, 공기, 땅, 색, 형태, 소리 및 모든 외적인 것은 그가 나의 쉽게 믿는 마음에 덫을 놓은 꿈들의 속임수들 뿐이라고 여길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이 손도, 눈도, 살도, 피도, 어떤 감각기관도 갖지 않는 것으로, 이 모든 것을 갖고 있다고 그릇되게 믿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다. 나는 완강하게 이 성찰에 깊이 잠겨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강한 정신으로 기만자에게 넘어가지 않을 것임을 밝힌다.


"나는 적어도 내 안에 있는 것, 즉 거짓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고, 또 이 기만자가 아무리 유능하고 아무리 교활하다고 해도 나에게 아무것도 강요할 수 없도록 굳건한 정신으로 경계할 것이다."


하지만 그 버팀과 의심의 과정이 얼마나 힘든 고역인지를 밝힌다.


"그러나 이것은 고된 기획이며, 나태함은 나를 일상적인 삶의 습관으로 돌려놓는다...... 나는 저절로 오래된 의견들 속으로 다시 빠져들고 눈뜨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미 제기된 헤어날 수 없는 난제들의 어둠 속에서 지내야 하는 것아닐까 하면서."


이렇게 해서 '제1성찰'은 끝난다.


'제1성찰'에서 데카르트는 다음과 같은 논지를 펼쳤다.


1. 학문에서 확고하고 불변하는 것을 세우길 원하며 그러기 위해 모든 지식을 전복시킬 것임을 밝힌다.

2. 감각을 의심한다.

3. 꿈을 통해 광인과 내가 구분 안 된다는 얘기를 한다. 현실과 꿈이 구별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4. 그럼에도 물체적 본성 일반, 연장, 형태, 크기와 수, 장소, 시간 등은 참된 것이라고 진술한다.

5. 인간을 속이는 기만자로 '악령(악신)'을 가정한다.

6. 자신의 의심 과정이 큰 고행이고, 참으로 지난한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1~4번은 어제 브런치에 발행한 '제1성찰' 글의 내용이고, 5~6번은 오늘 발행한 글의 내용이다.

이상, 근대 합리주의의 포문을 연 데카르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제일철학에 관한 성찰>의 '제1성찰'에 대한 독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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