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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렌시아 Aug 15. 2024

《제일철학에 관한 성찰》중 <제2성찰>_르네 데카르트

철학 공부 끄적임

제2성찰 인간 정신의 본성에 관하여: 정신이 신체보다 더 쉽게 알려진다는 것


데카르트는 제2성찰을 시작하며, 깊은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처럼 자신이 의심, 성찰의 이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말을 한다. 그러면서 '확실한 것이 어떤 것이다'라는 것을 확실히 인식을 할 때까지, 혹은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것을 확실히 인식할 때까지 이 방법대로 계속해 나갈 것임을 밝힌다.


"나는 내가 보는 모든 것을 거짓이라고 가정하고, 거짓말하는 기억이 재현하는 것은 그 어떤 것도 현존하지 않았다고 믿는다. 나에게는 감각기관이 전혀 없다. 물체, 형태, 연장, 운동 및 장소는 환상들이다. 그러면 무엇이 참일 것인가? 아마도 이것 하나,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리라."


온갖 것을 거짓이라고 가정해도, 진정 참인 것은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다는 것', 이것은 참이라는 얘기이다.


이어서 데카르트는 말한다.


"나는 이미 내가 감각기관과 신체를 갖고 있다는 것을 부정했다...... 그러나 나는 하늘도, 땅도, 정신도, 물체도, 세계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나에게 설득했다. 그러면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역시 설득한 것이 아닌가? 아니 확실히, 내가 나에게 어떤 것을 설득했다면, 나는 존재하고 있었다."


스스로 여러 가정을 하고 이런저런 부정을 한다 해도 결국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고 있는 나, 나는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데카르트는 한다.


"나를 항상 속이는 최고로 유능하고 최고로 교활한 기만자가 존재하다. 그러므로 그가 나를 속인다면, 나 또한 존재한다는 것은 의심스러운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날 속이는 것이라 생각해 봐도, 결국 그가 날 속이는 상황이므로 나라는 존재는 반드시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데카르트는 하는 것이다.


고로, 내가  의심하고 가정해도 그것을 나에게 설득하고 있는 나란 존재는 있는 것이고, 밖에서 누군가가 날 기만하더라도 기만당하고 있는 나란 존재는 있는 것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데카르트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나는 존재한다, 나는 현존한다는 이 명제는 마침내, 내가 그것을 발화할 때마다 심지어 정신에 떠올릴 때마다, 필연적으로 참이라고 결론지어야 한다."


이제 나는 필연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참이다. 하지만 이어 데카르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그 나는 도대체 누구인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 모든 것 가운데 가장 확실하고 가장 명증하다고 주장하는 이 인식에서조차 길을 잃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명증하게 존재하는 '나'는 도대체 누구인지, 나 지신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였기에, 다음과 같이 꼼꼼하게 또 성찰할 것임을 밝힌다.


"나는 이제, 내가 이 사유들에 이르기 전 그 당시에 나는 도대체 무엇이라고 믿었는지를 다시 한번 성찰할 것이다. 그런 다음, 제시된 근거들에 의해 조금이라도 약화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그것에서 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에는 확실하고 흔들리는 않는 것만이 정확하게 남을 것이다."


데카르트가 원하는 것은, 흔들림 없이 확인한 인식. 그것이 무엇인지 밝히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그 작업을 해 나갈 것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성적 동물이라고 대답하는 것을 여러 다양한 개념 설명을 질문에 질문으로, 꼬리를 물고 늘어지게 만들므로, 좋은 답변 형식이 아니라고 데카르트는 말한다. 이 질문에 자신의 사유에 저절로 떠오른 것들, 그것들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중심으로 답을 찾겠다고 데카르트는 말한다.

 

"처음에 떠올랐던 것은, 내가 얼굴, 손, 팔 및 이 지체들의 기계 전체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신체라는 이름으로 지칭하고 있었다."

"그다음에 떠올랐던 것은, 내가 양분을 섭취한다는 것, 걷는다는 것, 감각한다는 것, 사유한다는 것으로, 나는 분명 이 활동들을 영혼과 연관시키고 있었다...... 그것을....... 내가 알지 못하는 미세한 것이라고 상상하고 있었다."


이렇게 신체 / 사유, 감각 등의 두 영역이 '나'라는 인간에 대한 답변으로 떠오른 것이라고 말한 뒤, 이 두 영역에 대한 기존 생각들을 얘기한다.

데카르트는 신체를 물체로 보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자신은 물체에 대해서는 잘 안다고 생각하고 의심하지 않았다는 점을 얘기한다.

 

"물체에 대해서는 의심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본성을 판명하게 인식한다고 여기고 있었다...... 내가 이해하는 물체란, 어떤 형태로 한정될 수 있고, 어떤 장소로 경계가 정해질 수 있고, 공간을 점유해서 다른 모든 것을 그 공간에서 몰아낼 수 있으며, 촉각으로, 시각으로, 청각으로, 미각으로 혹은 후각으로 지각될 수 있고, 또한 여러 방식으로 움직이지만 실은 자기 스스로가 아니라 접촉되는 다른 것에 의해 어디론가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것이다."


하지만, 제1성찰에서 기만자에 의해 속임을 당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그렇기에 모든 면에서 그가 나를 농락했다고 가정한 지금, 내가 누군가라는 질문을 했을 때, 내가 신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단언할 수 있겠느냐고 데카르트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즉, 물체의 속성을 내가 가지고 있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얘기이다. 물체를 통해 뭔가를 인식한다는 것에 대해 기존엔 의심을 하지 않았었는데, 이제 기만자를 염두하고 보니 물체를 통해 인식한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는 점을 데카르트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악한 어떤 기만자가...... 나를 농락했다고 가정하는 지금은 어떠한가? 방금 물체의 본성에 속한다고 말한 모든 것 가운데 내가 무언가를 조금이라도 갖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데카르트는 양분 섭취하는 것, 걷는 것, 감각한다는 것, 사유한다는 것 등을 영혼에 속하는 속성으로 본다. 기만자에 의해 신체가 갖고 있다는 일도 믿을 수 없는 일이기에 당연히 양분 섭취, 걷는 것 등은 허구라는 것이다. 감각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믿지 않는다.

  

"양분을 섭취한다거나 걷는다는 것은 어떠한가? 나는 분명 지금 신체를 갖지 않으므로, 이것 또한 허구와 다름없다. 감각한다? 이것도 물론 신체 없이는 행해지지 않으며, 꿈에서 감각한다고 보인 것이 나중에 알아보니 감각하지 않은 것이 아주 많았다."


하지만, 사유에 대해서는 그 존재를 인정한다.


"사유한다? 이번엔 나는 발견한다, 사유이다, 이것만이 나로부터 떼어내질 수 없다. 나는 존재한다, 나는 현존한다, 확실하다. 그러나 얼마 동안? 물론 내가 사유하는 동안. 왜냐하면 어쩌면, 내가 모든 사유를 그친다면, 나는 그 즉시 존재하기를 완전히 멈추는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확히 나는 오직 사유하는 것이고, 이것은 정신, 영혼, 지성 혹은 이성이며, 이것들은 그 의미가 이전에 나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말들이다. 그러나 나는 참된 것이고, 참으로 현존하는 것이다."


결국, 데카르트는 인간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 답변으로 자신이 떠올린 물체와 정신에 대해 점검을 한다. 의심하지 않았던 물체는 오히려 나의 존재를 증명해 줄 수 없는 것으로서 신뢰할 수 없는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정신의 속성에 포함되는 사유는 내 현존을 증명해 준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유하는 동안만큼은 내가 존재한다는 것은 참이라는 것. 그것을 말이다. 데카르트 철학을 의식 철학이라고 말하는데 사유를 중시하는 이런 부분은 바로 그의 의식 철학의 특징이 잘 드러난 부분이다.


근대 철학자는 상상력을 종종 비판하는데 데카르트도 그렇다. 

이제 데카르트가 상상력을 비판하는 부분이다.


"내가 지어낸다라는 이 말은 나에게 내 오류를 알려준다. 왜냐하면 내가 무엇인지를 상상하는 경우, 나는 실제로 그것을 꾸며낼 것인데, 이는 상상한다는 것은 물체적 사물의 형태 혹은 상을 주시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 내가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동시에 그 모든 상들 그리고 일반적으로 물체적 본성과 관련된 것은 모두 그저 몽상일 수 있음을 확실히 안다. 이런 것을 닫고 있으면서도, 내가 도대체 누구인지를 더욱 판명하게 알아보기 위해 상상해 보자라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어 보인다."


이어 데카르트는 사유란 무엇인가에 대해 논한다. 


"그러나 그러면, 나는 무엇인가? 사유하는 것. 이것은 무엇인가? 의심하는 것, 이해하는 것, 긍정하는 것, 부정하는 것, 원하는 것, 원하지 않는 것, 또한 상상하는 것 그리고 감각하는 것이다."


사유 양태에 감각, 사유 의식, 상상 등을 넣고 이것들을 사유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 감각이나 상상을 참이 아니라고 부정한 것과는 다른 각도에서 감각과 상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래 글을 보자.


"그렇지만 나는 또한 상상하는 바로 그 나다. 왜냐하면, 비록 어쩌면, 내가 가정했듯이, 상상된 어떤 것도 전혀 참이 아니라 해도, 상상하는 힘 자체는 실제로 현존하고, 내 사유의 부분을 이루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감각하는 그 나, 즉 물체적 사물들을 감각을 매개로 감지하는 그 나다. 분명히 나는 지금 빛을 보고, 소리를 듣고, 열을 느낀다. 이것들은 거짓인데, 나는 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본다고, 듣는다고, 따뜻해진다고 보이는 것, 이것은 거짓일 수 없다. 이것이 본래 나에게 있어 감각하다로 불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렇게 정확하게 취해질 경우, 사유하다와 다름없다."


이어 데카르트는 밀랍의 사고 실험을 한다. 


벌집에서 꺼낸 밀랍이 앞에 있다. 향도 있고 색, 형체도 있고 크기도 파악된다. 두드리면 소리도 난다. 그런데 불이 가까이 오는 바람에 밀랍이 바뀌었다고 상상해 보자. 맛도 사라지고 향기도 날아가고 색도 변하고 크기도 변하고 소리도 안 나고... 기존 가지고 있던 속성이 사라졌어도, 우린 이걸 밀랍이라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고로, 데카르트는 물체의 양상이 전과 후로 분명 달라졌어도 우린 그 물체를 동일한 것으로 파악한다는 점을 짚어낸다. 변화된 후의 것을 밀랍으로 인식하는 것은 실은 물체 자체의 속성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 때문이라고 데카르트는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관습대로 말하는 것에 의해 인식의 오류에 빠진다고 데카르트는 본다. 우리가 밀랍이 옆에 있는 경우 밀랍 그 자체를 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 말을 통해 밀랍은 눈의 봄에 의해 인식되는 것이지, 정신의 통찰에 의해 인식되는 것이라는 것은 놓치게 된다는 것이다.  


"어떤 물체가 가긍한 한 판명하게 인식되기 위해 필요하다고 보이는 모든 것이 이 밀랍에 있다. 그런데 보라. 말하는 동안 불에 가까이 가져가니 남은 맛은 사라지고, 향기는 날아가고, 색은 변하고, 형체는 없어지고, 크기는 늘어나고, 액체로 되고, 뜨거워지고, 거의 만질 수도 없고, 또 지금은 두드려도 소리를 내지 않는다." 


밀랍의 성질, 남은 게 없다는 얘기이다.


"여전히 동일한 밀랍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인가? 그대로 남아 있음을 시인해야 한다. 아무도 부정하지 않고, 아무도 달리 여기지 않는다. 그러면 밀랍에서 그처럼 판명하게 파악된 것은 무엇이었나? 확실히 내가 감각으로 닿았던 것 중에는 아무것도 없다. 미각, 후각, 시각, 촉각 또는 청각으로 감지한 것은 모두 지금 바뀌었고, 밀랍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밀랍으로 보았던 성질이 모두 바뀌었는데도 우린 그것을 밀랍으로 시인한다.


"밀랍의 지각은 시각도 촉각도 상상력도 아니라는 것, 전에는 그렇게 보였다고 해도 결코 그렇지 않았다는 것, 오히려 그것은 정신만의 통찰이라는 것, 그리고 이 통찰은, 내가 이것을 구성하는 것들에 덜 주의하느냐 더 주의하느냐에 따라, 이전처럼 불완전하고 혼동될 수도 있고 지금처럼 명석하고 판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밀랍이란 지각은 정신의 통찰이라는 것, 그 통찰이 명석, 판명하게 되기 위해서는 주의집중이 필요하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나는 그러는 동안 내 정신이 너무나 쉽게 오류로 기운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 비록 내가 내 안에서 이런 것들을 고요히 말없이 고찰하다고 해도, 나는 말 자체에 매여 있고, 말하는 관습에 거의 속아 넘어가기 때문이다....... 이처럼, 내가 눈으로 본다고 여겼던 것을 나는 정신 안에 있는 판단능력만으로 파악한다."


정신이 말의 관습에 잘 속아 넘어가서 대상의 실체를 파악할 때 오류에 쉽게 빠지는데, 실제로는 판단능력으로 그것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데카르트는 말한다. 


"마침내 나는 자연적으로 내가 원했던 곳으로 돌아왔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물체 자체는 본래 감각들에 의해 혹은 상상 능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지성에 의해서만 지각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만져지거나 보여서가 아니라 이해되어서만 지각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나는 나에 의해 내 정신보다 더 쉽게 그리고 더 명증하게 지각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명백하게 인식하기 때문이다." 


밀랍 사고 실험을 통해, 물체는 정신을 통해 알게 되는 것이므로 물체보다 정신이 사물을 더 명증하게 인식하게 해 준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메시지가 중요하기에,  "인간 정신의 본성에 관하여: 정신이 신체보다 더 쉽게 알려진다는 것"이 제2성찰의 제목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상 《데카르트의 제일철학에 관한 성찰》의 <제2성찰> 텍스트를 독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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