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4권을 병렬 독서했다. 이 글을 쓰고 1권을 더 읽을 예정이니, 오늘 총 5권의 책을 병렬 독서하는 것이다.
주말엔 시간을 길게 낼 수 있으니, 집을 도서관이라 생각하고 독서를 했다. 아침 10시 5분부터 계속 했다. 순수 독서 시간 6시간 20분. 요즘 애들 말처럼 순공, 순독 6시간 20분. 시간표를 화이트보드에 써 놓고 독서했다. 지금 나에겐 독서가 공부이다. 주말, 이젠 전투적으로 독서를 해야 한다. 평일엔 직장 퇴근 후, 시간 여유가 없다. 운동도 가야 하고, 집안 일도 있고 말이다. 주말엔 집안 일 본다 해도 마음 먹고 공부할 시간이 난다. 다른 것에 마음 뺐기지 않고 집중하고 공부할 수 있다. 내년 2월까지, 철학 텍스트 원전을 계속 읽을 예정이다. 일단 내년 2월. 그 뒤엔 그때 가서 생각해 볼 거다.
철학 공부를 시작했는데, 원전 텍스트를 읽는 것은 가장 기본이라 생각한다. 오늘 병렬 독서한 철학 텍스트는 플라톤의 <국가, 서광사>, 니체의 <비극의 탄생, 아카넷>, 램프레히트의 <즐거운 서양철학사, 동서문화사>, 일반 서적으로는 채사장의 <지대넓얕 0_제로, 웨일북>. 이따 읽을 소설은 토마스 만의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열린책들>이다.
한 텍스트만 읽는 것, 여러 텍스트를 함께 있는 것. 각각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난 지금 여러 텍스트를 함께 읽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학교 수업 시간표도 한 과목으로 6시간 배치되어 있지 않듯, 길게 공부하는 과정에서는 골고루 같이 이끌고 나가는 것이, 교양을 넓히며 지루하지 않게 공부하는 더 나은 방법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조금씩 알게 되는 지식이 다른 책에서 또 다른 책으로 함께 연결되어 통섭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지금 내 상태에서는 A책도 읽고 싶고 B책도 읽고 싶고, 그밖의 다른 책도 당장 읽고 싶기에 어려운 철학 텍스트 하나만 깊게 팔 수는 없는 상태이기도 하다. 그러니 같이 읽고 나갈 수밖에.
진도가 느리다 보면, 도태되는 책이 나올 수도 있으므로, 긴장을 놓치지 않고 같이 읽어 나갈 수 있도록 신경 쓸 것이다. 사실은 결심의 문제 같다. 오늘은 6시간 이상 독서를 하며 보냈으나, 다음 주부터는 철학 과제도 해야 하고, 직장 업무도 주말에 해야 하고... 병렬 독서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을 상황일 거다. 그래도, 마음 먹고 조금을 읽더라고 같이 읽어나갈 생각이다.
지금의 나는 이렇게 하고 싶으니,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게 상책이다. 꾸준함은 참 훌륭한 덕목인데, 쉽지는 않은 덕목이다. 집착이나 강박 수준이 아닌, 노력이 담긴 꾸준함. 그걸 지향한다. 집착-강박-꾸준함
뭔가를 놓지 않고 계속 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셋의 느낌 차이는 크다. 느낌 차이가 크면서도 셋이 살짝 겹쳐지기도 하는 것 같다. 그래도 난 집착과 강박이 아닌 그냥 꾸준함. 그 색깔로 공부해 볼 거다. 다른 일 때문에 못하게 되더라고 그러련 하고 다시 책을 잡고 하면 된다. 이것을 무조건 하겠다고 내가 생활인으로서 해야 할 다른 일을 다 제쳐 놓는다면, 그건 집착이나 강박과 가까울 거다.
램프레히트의 <즐거운 서양철학사>는 쉽고 재미있더라.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된다.
이제 말랑말랑한 소설 책을 읽어 보련다. <베네치아에서의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