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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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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이 Aug 26. 2020

하나 가지고 뭘 그래!

하나도 힘들어요

코로나로 인해 수도권 전면 원격수업이 시작되었다. 물론 내 아이는 긴급 돌봄으로 유치원에 등원했다. 앞으로도 쭉 등원할 것이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아이가 안쓰럽고 나는 마음이 아프다.


"하나 가지고 뭘 그래!"


그런 나를 보며 직장 동료가 무심하게 툭, 이야기했었다.


물론 둘, 셋보다는 덜 힘들겠죠. 나도 알아요. 그렇지만 당신의 아이 둘은 중학생이잖아요. 집에 둘이 있어도 괜찮잖아요. 제 아이는 하나지만 유치원생이라 집에 혼자 둘 수가 없다고요.


하지만 나는 하고 싶은 말을 삼키며, '그러게요' 하고 대답했었다.




"하나는 발로도 키워. 둘 낳아봐, 세 배로 힘들어. 그래도 크고 나면 둘이 놀아서 한결 편해."


하나도 발로 키우진 못했어요.ㅠㅠ 게다가 둘이 놀 때까지 키울 생각 하면, 허리가 지끈거려요. 

(그렇다, 나는 아이를 낳고 키우며 척추협착증을 얻었다. 달랑 하나 낳고 허리 아프다고 하냐는 핀잔도 받아봤다.)


"둘째 낳고 산후조리 잘하면, 허리는 괜찮아진다."


의사 선생님이 다시 돌아오는 거 아니랬어요. 그냥 제 허리 제가 아끼면서 살게요.


"누나들 사이에 혼자 사내애라 외로우니, 아들로 하나 더 낳아라."


그놈의 아들.... 할말하않.


"나중에 장례식장에 애 혼자 달랑 앉아있으면 불쌍해 보인다."


어쩔 수 없지요. 대신 유산 혼자 다 받을 테니 쌤쌤 하라고 합시다.




사람은 원래 자기 자신이 제일 힘든 법이다.

하지만 각자의 사정이 다르고, 각자의 힘듦에 대한 역치가 다르다.


하나는 힘들지 않고, 둘은 힘들고, 셋은 더 힘들고, 넷은 더더 힘들고, 다섯은 더더더 힘든 건 아니지 않을까.

그냥 다들 각자 힘이 든 부분이 있고, 그래도 행복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주면 어떨까.


가족계획에 대한 각자의 사정은 다 다른 거니까, 

그냥 각자 생각해서 각자 결정해서, 각자 알아서 살게 내버려 둬 주면 얼마나 좋을까.

둘째 낳으라고 강요하는 건 시어머니 한 분으로 족하다.


이 시국에 코로나의 위험 한복판에 내놓은 것 같은 속상한 마음을 가지고 등원시킨 아이 하나를 봐줄 것도 아니면서, 남의 가족계획에 참견하지 말자. 그냥 놔둬도 나는 충분히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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