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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영 Oct 23. 2022

눈 뜨고 코 베는 사람들

배고픈 자영업자

미안한데.. 떡 2개만 주세요

   

상황은 이랬다. 빈 접시가 있는 걸 보니 어묵이나 순대를 시켜 먹은 아주머니였다. 다 먹고 나서 앞에 있는 떡볶이가 먹고 싶었던 것. 손님은 떡볶이 몇 개만 달라고 말했다. 주인의 표정이 어떤지 보지 못했다. 아무 말 없었고 떡을 담아주었나 보다. 내가 이 장면에서 눈살이 찌푸려진 이유는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오던 사람. 기억 속 블랙리스트였다. 하루는 동료 직원들과 함께 그 사람이 왔다. 다른 테이블도 같은 회사 직원들. 이 사람은 디저트를 한턱내겠다며 테이블마다 돌리고는 계산을 하러 왔다. 그런데 얼토당토않게 비용을 깎아달라고 말하는 이 사람. 눈앞에 놓인 밀린 주문들. 빨리 깎으라며 나를 붙잡고 늘어졌다. 펄쩍펄쩍 뛰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깎아주었다. 약 2만 원에 가까운 비용. 바쁜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서 그제야 모든 힘이 빠졌다. 이해할 수 없는 그 사람의 행동. 눈 뜨고 코 베인 상황에 난 할 말이 없었다. 상황은 벌어졌고 돌이킬 수 없는 시간. 주인이 덤으로 더 주겠다는 거면 모르겠지만 난 달마다 마이너스를 갱신하는 자영업자였다. 아예 안 사 먹은 것도 아니고 그거 몇 개 주는 거 가지고 정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자신의 권리만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타인의 것을 아무 대가 없이 그냥 달라고 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이런 사람이었던가.


세상에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다. 호의가 계속되면 당연한 줄 안다는 말이 왜 나왔나. 그냥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그걸 다 이해하려고 하면 머릿속이 터지니까. '그렇구나' 그렇게 넘겨버리는 게 낫다. 나와 관계를 이어 나갈 사람인지 아닌지는 스스로 결정하면 되니까. 난 그게 가게에 찾아오는 손님이었고, 그 손님과 다른 사람들이 연결되어있어서 말을 못 했다. 만약 인간관계에서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그 사람 앞에서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내 의견을 펼칠 수 있을까. 나를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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