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 고요함
선생님은 인생의 젊은 시절을 60까지라고 본다면 절반에 있는 지금. 인생을 돌아보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내가 부럽다고 했다. 자신은 그저 떠밀려 온 것처럼 지나온 것 같다며 잘하고 있다고 눈빛으로, 마음으로 말하고 계셨다. 난 그걸 느낄 수 있었고. ”기민한 감각도 그것은 타고난 거라 엄청난 자원이에요. 타인에게 요구를 하게 되면 불편할 수 있지만, 그래서 글을 쓸 수 있는 거죠. “ 인간관계와 낙엽이 가볍게 여겨지지 않는 것도 내가 활용할 수 있는 능력 같은 것이라고.
그런 분이셨다. 마음을 나눌 줄 아는 사람. 선생님은 나를 만나오며 *정중동 이란 말이 떠오른다고 하셨다. "처음 들어보는 말인데요." 고요해 보이지만 그 속에 끊임없이 자신만의 움직임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이미 그럴 줄 아는 사람.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움직이고 있음을. 참 좋은 말을 해주셨다. 흔들릴 때마다 내게 가장 편안한 순간을 떠올리라는 조언을 덧붙이며. 그 속에 몰입하는 것.
함께 공원을 걷는 상상을 했다. 불안한 마음이 들 때 눈을 감고 그 순간에 들어가거나 그렇지 못하면 그 상황을 가져오라고. 자주 자연 속에 나를 둘 것이다. 배우 유해진은 일이 없거나 불안할 때 북한산에 자주 오르곤 했다고 한다. 나 또한 내가 걸었던 수많은 공원을 기억한다. 그 속엔 평안만이 감싸고 있어서 차분해지는 나를 느낄 수 있다. 시끄러운 공간과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그 속에서 오래 있었기 때문. 이제는 나의 의지와 선택으로 고요해지고 싶기 때문이다. 가끔 들려오는 말소리, 까치의 소리가 반가울 뿐이다.
*정중동(靜中動): 고요함 속에 움직임, 움직임 가운데 고요함이라는 뜻으로 주변 환경과 외부의 자극에 상관없이 자기 의지대로 몸과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