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M-Reflection
성영아. 누구보다 네가 잘 되기를 간절히 바라왔어. 네가 고꾸라질 때마다 나는 안타까워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너의 진심이 허공에 떠돌 때마다 나 또한 찢어지는 마음을 느끼곤 했어.
너에겐 사랑이 전부였던 것 같아. 선택할 수 없는 부모님을 원망하며 오랫동안 괴로워했을 때. 그때는 네가 바꿀 수 없는 환경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 많이 무기력했어.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어. 스스로를 캄캄한 동굴에 가둔 채 나오지 않던 시간이었어. 너에게는 사랑과 사람이 힘들었잖아. 사랑이 구역질 난다고 했지만, 넌 매번 사랑에 진심이었고 사랑에 네 모든 걸 던질 수 있는 사람이었어.
경험이 부족해서 나쁜 사람을 만나기도 했어. 너를 이용만 하려고 하는 사람, 진심이 아니었던 사람, 배신한 사람, 상황이 힘들어짐에 따라 너를 버린 사람. 그러니까 쉽게 변하고 쓰레기 같은 사람도 사랑하려 했던 거야. 너와 비슷한 사람을 발견할 때, 너는 곧잘 그런 사람에게 빠져들었지만 이어질 순 없었어.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도 너는 참 맑은 아이였다. 그것만큼은 네가 지키고 싶은 것이었잖아. 알고 싶지 않은 것들도, 보고 싶지 않은 일, 겪지 않아도 될 일까지 겪고 나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을 거야. 아직 많이 어리고 부족한 모습이라는 거 알아.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일들. 결과가 너를 증명해 주겠지만 네가 겪는 과정, 포기하지 않는 마음, 성취하는 걸음을 부디 잊지 않았으면 해. 비교하는 일은 내려두고 너의 속도대로 걸어갔으면 좋겠어. 너만의 색깔과 몸짓으로 말이야.
오늘은 많이 지쳤겠다. 사랑이 마음대로 안 돼서,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서, 하루가 너무 길었어서. 오래 서있고 오래 걸어서. 혼자 저만큼 가버려서. 그토록 증오했던 술을 네 손으로 사는 기분은 어땠을까. 친구의 결혼을 축하하며 네 마음이 좀 무너진 날. 축하는 진심이었으나 행복한 하루를 무거운 발걸음으로 마무리했으니.
지금 딱 좋아. 더 하려고 하지 말고 지금처럼만 해. 충분해. 충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