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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영 Jun 24. 2024

연애가 끝났습니다.

8개월이란 짧은 연애가 끝났다. 


누군가에겐 길다면 긴 시간일 수 있겠지만, 내게 있어선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처음 장거리 연애를 호기롭게 시작했던 내가 지금 보면 웃프기도 하다. 장거리 연애? 오히려 좋아를 외치며 자주 보지 않고 가끔 아주 애틋한 만남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가끔이 한 번씩이 되다가 한 달에 두 번 보기도 어려워졌다. 자주 못 보는 건 둘째치고 연락문제로 처음부터 나의 속을 문드러지게 만든 사람이었다.


"우리 이렇게 하루의 끝에는 짧게라도 통화하자."


이 말이 지켜진 적이 손에 꼽았다. 떨어져 있으면 통화라도 해야 하는 거 아냐? 한숨은 날이 갈수록 늘어났고 참다 참다 터져버렸다. 상대는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말했다. 우린 그렇게 달랐고 결국 각자의 길을 가게 됐다.


결혼을 생각할 나이인지라 나름 진지한 만남이었다. 처음부터 결혼 이야기를 함께 그리며 행복하나 싶었는데 이건 아니다 싶었다. 내 인생에서 한 번 뿐이어야 할 결혼을 섣부르게 판단하기에는 신중에 신중을 더할 수밖에. 


"한 달 동안 생각할 시간을 갖자. 그렇게 한 뒤 더 만날지 말지 결정하자."


일주일은 연락도 하지 말자고 말했다. 그렇게 한 달은 빠르게 흘렀고 상대는 끝을 말했다. 사실, 난 노력하고 인내하면 될 줄 알았다. 역시 연애란, 한쪽에서 손을 놓으면 끝이 나는 관계란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차였다는 표현은 좀 그렇고 마음이 다른 거라 하자. 하루에도 몇 번씩 시작과 끝을 오가며 끓고 얼기를 반복했다. 난 다시 차가워져 한동안 멍하겠지만 바쁘게 일하고 바쁘게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시간이 해결해 주는 일이라 믿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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