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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영 Jun 22. 2024

우울이란 병

2개월 전 정신과를 찾았다.

가족에 대한 어려운 마음과 사람이 힘든 나를 도와주고 싶었다. 검사와 선생님의 상담 끝에 우울증이란 진단이 나왔다. 상담과 약을 병행하겠냐 물으셨고 고민할 시간을 주겠다고도 하셨다.

몇 해 전부터 가족센터, 미술치료센터를 다니며 가족에 대한 상담을 해봤지만 나아지는 것은 잠시였고 지속적인 상담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서 나오고 싶어 도움을 요쳥했다.


선생님께서는 일시적인 우울이 아닌 오래되어 보인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순간 과거가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가며 고등학교 때쯤부터 많이 힘들어했던 내 모습이 보였다. 처음 힘들어한 건 초등학교였지만 어떻게 할 방법을 몰라 혼자 끙끙댔다. 비관적이고 원망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며 자책하고 나를 갉아먹었다.


어떻게 견뎠는지 모를 10년이 흘렀다. 20대를 보내면서 내면은 꾹꾹 누른 채 가면을 쓰고 지냈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밝은 사람이라 생각했겠지만 나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던 사람들은 내가 벽을 친 것도 있고 상대가 떠난 것도 있겠다. 


한 달 정도 병원을 다니고 나아질 거란 희망이 없던 내게도 다시 건강해질 거라는 희망이 느껴졌다. 나의 노력과 좋은 선생님을 만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부모님께 1년이란 시간을 허락받았고 건강회복에 집중하기로 했다. 새벽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해보기로. 더 이상 누르고 참는 것은 하지 않기로. 다시 건강해지면 그 모습도 기록하고 싶다. 내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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